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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평점 :
책의 추천사에서 월드비전 홍보대사 탤런트 정애리씨는 책 속에 담긴 아이들의 고통과 슬픔에 몇번이나 책을 덮었다 열었다를 하였다고 한다. 이 책을 펼쳐보기 전에 이 내용을 읽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읽어
내려갔으나 나 역시 정애리씨와 같이 몇번을 덮고
싶었는지 모른다...아이들이 겪은 고통이 너무 끔찍해서, 그리고 그 고통을 아직도 당하고 있을 아이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에..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다.
이 곳의 아이들은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로
팔려가기도 하는데, 팔려간 아이들은 낙타몰이꾼으로 생활하게 된다. 낙타몰이는 쉽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경마와 같이 스피드를 겨루는
게임이다. 우리나라 옛날의 교통수단 중 하나였던 말타기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데 이것에서부터 경마 시합이 생겨났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중동 지방에서는
이 지역의 교통수단인 낙타를 이용한 경주가
생긴 것이다. 낙타를 생각하면 느릿느릿 걷는
걸음만 떠오른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경주용
낙타는 시속 65킬로미터의 속력을 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그렇기에 아랍의 여러 나라에서는 낙타 경주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한다. 경주마에 기수가 있듯이 낙타 등에는 낙타몰이꾼이 있는데 몰이꾼들은 모두 네 살에서 열다섯 살 정도의 어린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인신매매로 온 아이들로 종일 낙타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하고 불같은 성격의 경주용 낙타가 몸을 흔들어댈 때에는 떨어져 다치거나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더군다나 아이의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빨리 달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하여 일부러 굶긴다고까지 하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현실인가. 아이들은 가난한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기보다 차라리 이곳에서 낙타로
태어나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하니 그 심정이 얼마나 비참하고 힘든지 알 수 있었다. '아동 인권 선언'은
왜 있는 것이고, 누구를 위한 것일까.. 현재에는 아랍 에미리트의 이런 비정상적인 경기가 국제 사회에 알려지면서
아이 대신 로봇 기수를 만들어 태우고 있다고
하니 말이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케냐에는 고로고초라는 동네가 있다. 고로고초는 '쓰레기'라는 뜻인데 여기에는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쓰레기 매립지이자 빈민촌인 이곳에는 무려
12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끝도 없는
쓰레기더미 위에서 작은 텐트하나 세우거나 허름한 판잣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늙거나 병들었거나 도움을 청할 곳이 아무데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다. 굶주림과 가난은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어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내 것으로 빼앗아 올 것인지 궁리하기에 바쁘고 돈 100원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니 그들의 팍팍한 마음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삶을 살게 만들었는지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아이들은 쓰레기더미에서도 즐겁게 뛰어놀기도 하는데 새롭게 들어선
정부에서는 고로고초를 없애버리겠다고 발표했다고 하니 살 곳을 찾기 못한 사람들은..과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하기만 하고
있다.
인도의 노상 생활자는 400만명 정도가 된다. 한해 내리는 비의 80%가 내리는 6월에서 8월는 이들이 생활하기
더더욱 힘든 시기인데, 어쩌면 이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빈 페트병을 주워 생수가 아닌 수돗물을 채워 파는 생수인 양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파는 아이들도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구걸을하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비정부기구에서 이들에게 음식이나 약을 나누어 주는 봉사 활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워낙 숫자도 많고 사는 곳이 일정치 않아 체계적인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고 한다. 가끔 미디어를 통해 뼈밖에 남지 않은 아이 얼굴에 파리가 여러 마리
붙어 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파리마저 쫓을
힘이 없는 아이들, 살가죽이 뼈에 붙어 말라 버린 아이들의 모습..그들에게 과연 희망을 가지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우즈베키스탄의 아이들은 석달 동안 수업 대신 목화밭에 가서 목화를 따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려면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만약
정해진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매를 맞기도 한다. 세계 5위 안에 드는 목화 생산량을 가진 우즈베키스탄은 수출을 통해
1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렇기에 목화가 주요
수입원인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두어들인
수입은 모두 정부가 꿀꺽한다는 사실..목화
수확철인 9월이면 일제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하는데 이는 정부에서 각 주별로 일정량을 정해 주어 그것을 채우지 못하면
정치적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생산량 달성을 하려고 기를 쓴다는 것이다.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일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법은
법일뿐, 현실에서는 오히려 초등생까지 목화밭으로 내몰고 있으니 한탄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 아이들이 노동을 강요받거나 학대받아서는 결코 안 될
일 아닌가.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는 팔려 온 아이들이 일하고 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카카오 농장까지
65킬로미터를 걸어가 카카오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는 일을 한다. 몇몇 아이들은 채찍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다가 다시 잡혀
하루종일 뙤약볕 밑에 물 한 모금 먹지도
못하면서 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한다. 채찍으로
맞은 상처에 피가 나고 고름이 흘러내려도 감독관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하니 도대체 그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태어난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대부분인 카카오 농장의 인부들은 온갖
폭력 속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한때는 초콜릿 불매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을 한 적도
있다. 그래야 해당 기업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과연 그런 제안으로 근본적인 아이들의 노동력 착취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달콤한 초콜릿 속에 들어간 아이들의
고통이 생각나서 앞으로 초콜릿을 먹을 수 있을런지..

힘없는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않으면서 노동의 현장으로 몰아넣고
채찍질을 해대는 사람들에게 털끝만한 양심이라는 게 있는지 한번 묻고 싶다. 그들도 어린이일 때가 있었고 어쩌면 한 아이의 부모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도구로
전락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제 연합에 따르면 매년 12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현대판 노예로 팔려 1년
365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노동을 한다고 한다. 글 속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는
사치일 뿐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보다
낙타의 삶을 동경하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부려먹는 어른에 분노하고 당사자들인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또다시
분노하고..분노가 슬픔이 되고, 슬픔은 다시 울분으로 토해졌다. '네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얘네보다는 내가 정말 행복하구나..'라는 마음만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기에 제목이 '그들'의 입장에서 정해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국제 연합이나 비정부기구를 통해 아직도 고통 속에서 꿈이란 건 상상도 못하며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 줄 방법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내가 행복하구나..'라는 마음만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줄 아는 혜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