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주인공 홀든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48시간 동안 방황하며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누군가 자신을 붙잡아 주기를 바라며 헤매이는 행동과 심리를 회상 형식으로 담고 있어요. 주인공 홀든은 그런 방황의 시기에 만난 사람들에게도 사회의 비참함과 부조리, 불신을 느끼지요. 내면의 방황, 어른인 척 흉내내고 싶은 그 시기의 아이들..

마치 지금의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홀든의 모습을 보니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서 그런 시간은

누구나 한번쯤 겪고 지나가야 할 시간들이긴 한가 봐요.

위선에 찬 세상을 향한 소년의 심리 묘사를 읽고 있노라니

윌리엄 포크너가 이 책을 두고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다."라고 극찬한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어요.


"어쨌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256p


오빠 홀든은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을 그렇게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자신이 모르는 사이 자기를 파수꾼처럼 지켜주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아닌 여동생 피비가 아니었을까요?

어린 소녀 피비는 빈털터리가 되어 찾아온 오빠의 고백을 들으며  

소중히 간직했던 크리스마스 용돈을 오빠의 손에 쥐어 주어요.

그 모습에 감동한 홀든은 동생을 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아요. 

그러면서 자신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것은

결코 멀리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님을 느끼며

자신이 마음을 열고 손만 뻗으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설령 스스로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된다 하더라도

자신을 믿고 응원해 줄 사람들이 이미 주위에 있다는 것을요...


홀든이 되고 싶다는 호밀밭의 파수꾼..

방황하는 자신을 파수꾼처럼 든든하게 지켜 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동생 피비였지요.  
자신이 더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온힘을 다해 붙잡아 준 피비의 존재를 서서히 느끼며
홀든은

이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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