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9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서울역'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한때 회사가 서울역에 위치해 있어서 출퇴근길에 엄청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것을 많이 봐왔지요. 누군가를 만나러, 아니면 직업을 얻기 위해서, 아니면 또다른 목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곳이기도 해요. 그래요, '지나치는' 곳이어야 하는 서울역 광장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아마도 태어나서부터 서울역에 있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곳 저곳에서 생활을 해 보았지만 자기들을 내쫓지 않았던 곳이

바로 이책에 등장하는 서울역 콩코스 광장이었을 테지요. 

열살 소년은 형과 함께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성숙해 가요.

어리광이 한창일 열살 소년이지만 아이언맨을 찾아 떠난 여덟살 많은 형을 기다리며 지내지요. '나' 와 형은 자신들을 놓아 버린 부모를 대신하여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요.

  

형은 아이언맨을 찾으러 간다는 이유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지만 그래도 늘 다시 '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요. 여기서 아이언맨은 아버지를 말해요. 여름방학이 다가올 때쯤 형은 조금 길게 아이언맨을 찾으러 집을 나가요.  그동안 '나'는 매일 서울역 광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구경하며 아이언맨과 형을 기다려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갖 짐을 주렁주렁 달고 길거리에서 사는 귀차니 아줌마와 자기에게 진심이 담긴 미소를 보여 주는 맥도날드 누나, 그리고 한때 잘 나갔다던 달의 궁전 누나들, '나'에게 돈도 주고 형의 소식도 전해 주는 형의 친구들이 형이 없는 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나'와 함께 해 주고 있어요. 적어도 '나'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이 사람들이 있는 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서울역 광장에서 개다리춤을 추며 형을 기다리는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형만이 알아보기를 기대하며 추지요. 엄마나 아빠처럼 형도 그렇게 떠나가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행동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궁극에는 '나'의 이름처럼 '희망'을 향한, '사랑'을 향한 돌파구일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형이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서는 형과 함께 개다리춤을 한판 추어요.

형제는 그렇게 개다리춤을 추며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있는 거예요. 

형제는 그것을 통해 세상을 향한 마음속 응어리를 하나씩 녹아내고 있을 거라는거...,

그래서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낼 힘을 가질 거라는 걸 믿습니다.

언젠가 만날 아이언맨, 아니 꼭 만나지 않더라도 '나'와 형은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겪은 힘든 일들은 그들에게 찌든 삶의 부정적 모습만이 아닌

그 속에 소소한 정과 희망의 싹이 깃들수 있다는 것을 느꼈을 테니까 말이에요.

그리고 설사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고 이 말 한마디 내뱉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 제기랄!" 
어둡고 칙칙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형제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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