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아시아의 거인들 2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반기문 사무총장과 유엔

이 책은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전 《LA 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와 반기문 총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과 대화를 담은 책으로 반기문 총장의 어린시절과 외교관의 인연, 통일부 장관의 해임과 복직,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를 비롯하여 사무총장인 지금의 일상과 일에 대한 사실적 인터뷰의 기록이다. 유엔은 많은 회원국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래되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산적해 있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바로바로 성과를 내놓기를 바라는 서구 언론의 주시 또한 받고 있는 자리, 사무총장..반기문 총장의 말처럼 사무총장이란 자리는 사명감 없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무엇보다 사무총장 자리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자리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연설을 해야 하며 하루에도 몇 개국을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아갔다 날아와야 할 일도 많다. 저자가 반기문의 직속 상관이라고 표현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을 신경써야 하고 유엔 총회 193개 회원국까지 신경써야 한다. 게다가 아랍연맹, 아프리카연합, 유럽연합, 이슬랍협력기구, 리비아에 관한 특별기구 등의 지역 회의까지 주재해야 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온갖 사건 사고의 복합체가 아니고 무엇이랴. 허긴 조그만 동네 파출소에서도 하루에 몇십 건의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여 파출소장의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들 터인데 우리나라만도 아닌 유엔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임은 자명하다. 잘해야 당연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 자리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은 반기문 스타일을 고수하며 오늘도 이곳저곳을 뛰고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는 연설문도, 차분하고 조용하게 일하는 스타일, 이곳저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몸소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모습  등으로 사무국에서는 한국인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은 자신이 직접 가서 사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자기만의 원칙을 고수한다. 저자는 유엔 사무총장 일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정상이 아닌 일을 하고 싶어할 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사무총장이라는 직업의 힘듦을 말하지만 반기문은 사무총장의 일은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라고..40년 넘게 공직에서 일한 공직에 대한 강한 사명감을 가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언제든 연설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상황이건 간에 화제가 되는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다녀야 하며 정치와 평화문제부터 시작해서 인권과 개발 문제, 질병과 건강, 교육문제, 식량, 연료, 기후 변화까지, 머릿속에 다 넣어두려고 노력을 해야만 하는 자리..정말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가. 한가지 사안에 대서만도 머리가 터질 지경일 텐데 이건 끝이 없는 현안, 현안을 뛰어넘는 현안들이 늘 눈앞에 쌓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불가능한 일을 하는 그 자리에서 한국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오늘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다.

삶의 동반자 유순택 여사
세계의 문제로 차분하게 업무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는 유순택 여사의 도움 역시 클 것이다.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고 개인사보다는 공무가 항상 첫번째인 반기문이었기에 집안의 사람들은 서운한 일도 많고 어쩌면 외로움 또한 느꼈을 법한데 그는 오히려 자기만의 시간을 활용할 줄도 알았고, 남편이 현지를 방문할 때 다른 일정을 잡아 그것을 기회로 삼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아마도 마음 편히 공직에 몸을 담아 한길만을 걷는 그에게 유순택 여사와 같은 사람이 산처럼 그자리에서 그를 지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어딘가 친근한 모습이 닮아 있다. 묵묵하게 자신이 갈 길을 걸으며 남편의 앞길을 믿어주고 도와주는 동반자가 있기에 더욱 반기문 총장의 그 자리가 빛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성실을 신조로 하는 삶
가난한 집안 출신의 반기문은 세금 걱정을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책임과 윤리를 최우선으로 살아왔기에 유엔에 윤리국을 신설하기까지 할수 있었다. 반기문은 어릴때부터 조국에 이바지하는 직업을 갖고 싶어 외교관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솔선수범을 원리로 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이다. 공직자는 직업 윤리면에서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기문은 열여덟살 때 적십자 프로그램 덕분에 미국을 방문하여 캐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행운을 접했다. 캐네디 대통령의 연설문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그는 어쩌면 오래 전에 이미 공직에의 결심을 하고 한 길만을 달려온 게 아닌가 싶다. 원칙을 고수하고 달려가는 반기문 총장의 모습은 단기간 이루어진 게 아님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그의 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외교통상부 차관에서 해임까지 된 적도 있었지만 유엔 총회의장으로 선출된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반기문을 유엔으로 데리고 가면서 다시 공직에 복귀하게 된다. 그렇게 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1년간 유엔에서 근무하고 돌아와 노대통령의 외교 보좌관이 되었고 이후 장관으로 임명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고 혹평받던 임기 초를 지나 남수단 독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전 등을 이룩한 역사상 가장 능동적인 유엔 사무총장! 2011년 6월 유엔 회원국 193개국의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된 순간을 기억하는가. 심지 굳은 모습으로 일관한 반기문식 공무 수행을 이제 서구 열강도 인정한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코피아난 전 사무총장의 장군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비서 스타일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 반기문 총장은 앞으로의 모습 또한 지금의 모습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손바닥 뒤집듯하는 정책과 사안이 난무하는 시대이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대로 일관성 있고 심지 굳은 반기문 스타일의 외교를 계속 해 나가기를 바란다. 


반기문 총장이 생각하는 여성 자원
반기문은 사무차장급 여성 고위간부를 60퍼센트 이상 늘렸고, 사무차장보 이상은 40퍼센트 정도를 늘린 전례가 없는 일을 단행하였다. 지난 65년 동안 남자들이 독차지해 왔던 자리에 여성들도 앉을 수 있게 바꾸어 놓은 것이다. 반기문은 전임자들과 달리 양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해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다 "양성평등 및 여성 역랑강화를 위한 국제기구" 유엔 위민(women)을 설립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활용을 못하고 있는 자원을 여성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생각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후 여성 사무총장도 나오길 바라고 있는 그의 바람이 현실화되기를 나 역시 바라본다. 
 
외유내강의 반기문
이밖에 맨해튼에서 즐겨 찾는 음식점이 일식점이라는 것,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가 데미무어 주연의 지.아이.제인인 점 등의 친근한 일상사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반기문 총장과 내가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침묵에 젖어 있는 모습도, 의자 깊숙이 앉아 있는 모습도, 대화 도중 울리는 전화벨을 한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응대하는 그의 모습도 바로 옆에서 보는 듯 훤하다. 서구 언론들은 아직도 원칙과 윤리를 강조하는 반기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꼬투리만 있으면 잡아서 터뜨릴 준비를 하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를 견디게 한 것 역시 원리이고 윤리이고, 원칙이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반기문을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 반기문스타일, 반기문식 원칙대로 유엔 경영에 있어서 책임감과 효율성, 효과성, 윤리 의식이 높아져 가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반기문 총장은 낙천적인 천성을 바탕으로 하여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정책을 펼쳐 유토피아를 향하여 끊임없이 전진할 것이다. 누가 그를 아직도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할 것인가. 외유내강이라는 말, 바로 반기문 총장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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