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르만 헤세 시집 ㅣ 문예 세계 시 선집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언제인가 헤세에게 어려운 침체 시대에 유토피아적 세계를 꿈꾸는 내용의
<유리알유희>와 청소년 문제를 다룬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던 적이 있었다.
<유리알유희>는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이 아니라 시집이다.
그동안 헤르만 헤세가 쓴 시집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헤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 작품들까지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기회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설로 유명한 헤세가 본래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것과
그가 남긴 수채화가 무려 3천여 점이나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웠다.
시는 간혹 접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가 그림까지 그린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터라
더욱 그랬나 보다.
이 책에는 헤세의 서정적 시 139편과 아름다운 수채화 34점이 수록되어 있었다.
헤세의 시를 읽은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을 오후 석양을 바라보고 흔들의자에 앉아 차분한 마음을 갖게 된 듯한 느낌이랄까.
들뜬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힐 수 있는 느낌이랄까.
무엇인가 관조의 마음으로 인생사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전해 주고 있는..그런...
굳이 그 속에 담긴 뜻을 헤아려 보지 않아도
그저 눈빛이 가는대로 손길이 가는대로 한 행 한 행 읽어 나가니
마음이 넉넉함을 시와 그림을 통해 전하고 있는 듯했다.

헤세의 수채화 역시 참으로 여유롭다.
색감도 어쩜 저리 밝고 환할까.
아마도 이 의자의 주인은 헤세일 것이다.
그림을 통해 헤세의 방 안과 그의 한낮을 상상해 본다.
바닥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한 권 한 권 책에 심취해 읽다가
읽은 책이 의자에 쌓여 가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을 남기고 싶었던 것인가 보다.
책을 늘 가까이 했던 헤세의 생활도 살짝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뒷산을 올랐을까.
이 그림 역시 평화로운 한낮의 마을 모습이다.
나뭇가지 하나도, 들풀 한가닥도 생명을 불어넣어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하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헤세의 마을 뒷산에 올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기 위한 심호흡이 저절로 되면서..

헤세의 시와 그림은 나의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는 듯한 느낌이다.
헤세의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오랜 여운이 남는 것은
어쩌면 우리도 삶에 대해 한번쯤 해 본 생각들을 시라는 그릇에 그럴듯하게 담아내었기 때문일 게다..

<한우리 북카페의 도저 지원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