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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콜럼버스는 신항로를 개척했을까? - 아나카오나 vs 콜럼버스 ㅣ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8
손세호 지음, 조환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평점 :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탐험 또는 발견했다고 해서 위대한 발견자라고 추앙받고 잇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이를 기리기 위해 매년 10월 두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이라고 하여 국경일로 정하고 퍼레이드와 축제 등을 벌이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토착 아메리카 사람인 아나카오나에게 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자가 아니라 동족이 가진 것을 약탈하고 우리를 노예로 팔아버리고 무시무시한 전염병을 옮겨 우리 동족을 거의 멸절시키다시피 한 잔인무도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나카오나는 타이노 족 여성 추장으로, 토착 아메리카인을 대표해서 이제까지 왜곡되어 온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그 결과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샅샅이 밝혀내고 있다.
원고 측 증인으로는 인디언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던 에스파냐 출신 카톨릭교 신부이자 사회 개혁가 라스카사스 신부와 멕시코시티 테노치티틀란을 건설한 위대한 황제지만 에스파냐의 정복자 코르테스의 계략에 넘어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몬테수마가 나오고,
피고 측 증인으로는 콜럼버스의 대서양 서쪽 항해를 지원함으로써 이후 에스파냐가 유럽 최강대룩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게 해 준 이사벨라 여왕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힘입어 원시적인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던 인디언에게 기독교를 비롯한 선진 문명을 전파해 준 코르테스가 등장해 법정 공방을 벌인다.
과연 콜럼버스는 미국이 탄생할 수 있도록 신대륙 아메리카를 개척한 인물일까?
아니면 사기꾼이자 약탈자이며 노예 상인이고 나아가 인종 대량 학살을 불러온 살인마일까?
이 책을 통해 콜럼버스보다 71년이나 앞선 1412년에 중국인들이 이미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새로운 주장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영국 해군 잠수함 함장 출신인 멘지즈라는 사람이 2002년에 출간한 <1412: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라는 책에서 그 주장에 대한 입증 자료로 15세기 초 중국 난파선으로 보이는 선박 잔해 발견과 각종 고지도와 문헌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역사의 해석은 어쩌면 해당 나라마다 판단이나 근거, 그에 따른 결론이 다를 수 있다.
에스파냐 인을 시작으로 유럽 인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콜럼버스는 신대륙의 발견자라는 영광을 얻기에 충분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아나카오나의 입장은 엄연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분명한 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에 이미 바이킹들과 중국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존재하니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의 첫 발견자로 칭송되는 건 현실의 역사에서는 고쳐져야 마땅할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당시에 새로운 무언가를 향한 콜럼버스의 탐험 정신은 높이 살만하다. 콜럼버스의 항해에 큰 영감을 준 <동방견문록>에는 중국의 동쪽은 바다로 둘러싸여 황금으로 넘쳐난다는 내용이 나와 있어서 그의 항해를 부추겼다고 하지만 탐험의 원대한 목적은 중국이나 인도로 갈 수 있는 더 빠른 뱃길, 신항로 개척에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재판의 결과로 콜럼버스의 사기죄에 대해서는 콜럼버스가 의도한 대로 중국이나 인도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애초부터 국왕부부를 속일 생각으로 진행된 일이 아니기에 그것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받고, 원주민 약탈 행위와 폭행, 협박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원주민의 노예화에 대해서는 당시에 노예제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이를 처벌한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소송을 기각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살인마라는 죄목에서도 콜럼버스와 에스파냐 인이 고의적으로 전염병을 전염시켰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기각된다. 이와 같은 법정 공방을 통해 콜럼버스가 개척자인가, 침략자인가의 판단 근거와 당시 상황을 폭넓게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끝부분에 나온 '한걸음더 역사논술'을 통해 콜럼버스와 아나카오나의 주장을 다시한번 정리하여 누가 옳고 그른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 '콜럼버스의 날'을 기념하는 것에 대하여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의 입장도 정해 보자. 콜럼버스의 역사를 재판 과정을 따라 하나씩 읽다 보면 아이들은 예리한 시각으로 타당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