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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열세살 유니스..
유니스는 동네 미용실을 운영하는 엄마와 함께 살다가 필리핀 유학을 와 있다.
엄마는 유니스가 외교관이나 국제 변호사가 되길 바랐었다. 엄마 자신의 삶이 그러지 못했기에
유니스만은 좀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갖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서 온 유학..
너무나 막연한 엄마의 꿈, 그리고 엄마의 마음만 앞세워 보낸 유학이었을까..
필리핀에 온 지 6개월 정도 되었을까..유니스는 엄마와 연락이 끊긴다,,,
엄마와의 연락이 안되자 생활비 송금도 끊겨 학교도 잘린다.
다른애들이 모두 학교에 간 시간, 그 긴 시간을 유니스는 견뎌내야 했다.
열세살 아이가 감당하기엔 쉬운 일이 아닌데, 유니스는 그로 인해 더욱 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버려진 아이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 있는 유니스를 아무말없이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은 AUP 언덕의 두리안나무숲(망고나무숲)이었다. 유니스는 두리안나무숲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에서 위안을 얻고 힘을 얻어 한없이 연약한 마음을 다시금 다잡곤 한다.
어쩌면 낯선 이국땅에 버려진 유니스의 존재를 닮은 건 아닐까.
이 책에 등장하는 두리안나무 열매에 대한 표현은
낯선 땅에서 무언가 어울리지 않게 생활하고 있는 유니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두리안은 오늘도 여전히 어제 그 자리에 매달려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에 비해 열매가 터무니없이 크다. 남의 열매를 빼앗아 단 것만 같다. -67p
학교를 잘린 유니스는 그시간에
데니슨 아줌마, 살라망고 아줌마, 에스파냐 시인 아저씨 등과도 추억거리를 쌓아간다.
학교에 앉아만 있었다면 몰랐을 그런 경험이지만 유니스는 왠지 그런 경험이 싫지 않다.
아니, 싫어도 어쩔수없다. 지금 현실에서는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에..
유니스는 데니슨 아줌마를 망고나무 숲으로, 새로, 두리안나무숲으로 여길 정도로 의지해 가고 가끔은 엄마의 그리움을 데니슨 아줌마를 통해 채우기도 했다.
하지만, 데니슨 아줌마와의 기억은 끝이 났다.
호신용이라던 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다.
데니슨 아줌마와의 대화에서 자꾸 총 얘기가 나와서 요상스럽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복선이었다.
실패한 영화배우라서? 외로워서? 이민온 한국사람들사이에서 왕따라서?
소문만 무성한 가운데 뭐하나 큰 자살 요소를 찾을 길은 없었지만,
그런 복잡한 소문들이 어쩌면 모두 자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내심 소설의 끝부분에 연락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변명 아닌 변명이라도 나왔으면....했으나 그냥 연락두절 상태로 끝이 나서 좀 미적지근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뭐, 내가 작가가 아니니 어찌 할 수 없지만,
유니스의 입장을 생각하면 못내 아쉽고 측은하다...
연락없는 엄마, 이제는 그곳에 없는 데니슨 아줌마...를 겪으며 유니스는 깨닫는다.
그러한 일들과 상관없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채로 있다는 것을.
유니스에게 두리안나무숲은 위로이고, 꿈이고 희망이다. 그곳에서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미래를 꿈꾼다. 지금은 비록 고독의 한가운데 있지만 고독 속에서 유니스는 한뼘 성장하고 있다.
두리안나무가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투박한 열매를 맺듯,
유니스의 삶도 낯선 이국땅에서든 한국어 돌아가서든 더욱 단단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유니스에게는 적어도 살아서 '사랑'하려는 의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세상 어느 한구석에 내가 사랑하고, 그래서 매일 와서 보고, 마음에 담던 숲이 있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아주 바닥까지 불행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 17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