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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 골동품이 내게로 와 명품이 되었다
이정란 지음, 김연수 사진 / 에르디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는 낡은 것에서 오는 익숙함과 편안함에 매료되어
옛 물건에서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우리 문화를 찾아 이야기하고
옛 물건과 생활모습에 담긴 에피소드를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지금의 서랍장처럼 가정마다 있었던 필수 혼수품 반닫이.
아파트 재활용하는 날 만난 받닫이를 손보아 새것처럼 사용하며 담는 곳이 달라지면 물건을 대하는 마음까지 달라지고 그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디에 보관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 변하고 삶 또한 달라진다 말한다. 예전에는 가끔 볼 수 있었던 함을 이야기한 부분에서는 함에 대하여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짚어주어 많이 알게 되었다.
함에 넣는 오곡주머니, 그 다섯가지 샐깔에 담긴 각각의 의미란 정말이지 옛 조상들의 마음이 얼마나 소소하고 따뜻했는지를 짐작할 정도였다.
노란색주머니는 노란 콩을 넣어 며느리의 심성이 은은하고 부드럽기를, 붉은색 주머니에는 붉은 팥을 넣어 잡귀나 부정이 없기를, 연두색 주머니에는 향나무나 수수를 넣어 절개와 순결을 지키며 사랑하기를, 파란색 주머니에는 찹살을 넣어 부부가 해로하며 끈끈한 인연이 되기를,
본홍색 주머니에는 목화씨를 넣어 자손과 가문이 번창하기를 바랐다. -26p
그리고 앞날을 환하게 비추는 의미의 거울, 신랑 신부의 금실이 좋기를 바라는 나무조각 기러기,
신부가 아기 낳을 잡는 끈이나 생리대, 아기 기저귀로 쓰라고 마련한 함을 맨 흰 끈,
그야말로 함 속에 넣은 것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여길 게 없다. 그렇기에 더욱 그와 같은 전통이 문득 그립다. 내가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함진아비를 간혹 보긴 했었는데,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는 현대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울 딸 시집갈 때 동네 떠나갈 듯 함지기를 부르는 전통 행사를 치르면 신고 들어올까나?^^
여기서 퀴즈 하나~
약을 달일 때는 가스레인지가 되고 간식을 구울 때는 오븐이 되며, 추운 날에는 따뜻하게 해 주는 난로가 되기도 하는 물건은?
바로 답을 말하자면, 팔방미인 화로이다. 요즘도 화로를 찾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니 그들은 화로에 대한 진면목을 아는 사람들이리라.
손수건에 대한 저자의 기억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초등학교입학때까지만 해도 손수건 위에 이름표를 붙이고 다녔었는데 요즘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당시엔 휴지를 갖고 다니지도 않았고 코흘리개이던 아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손수건을 갖고 다녀야 신사이고 숙녀라는 이미지가 들었더랫었다. 요즘처럼 손소독제가 나오고 물티슈가 흔한 때 손수건은 빨아서 다려야 하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손수건은 도시락 먹을 때 무릎에 덮을 수도,
도시락을 먹은 뒤 입과 손을 닦을 수도, 간단한 물건을 담거나 쌀 수 있는 작은 보자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하며 집안 곳곳에 화장지 대신 손수건을 두면 화장지 사용양도 줄고 쓰레기 배출 횟수도 줄 뿐만 아니라 몸에도 좋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수건 대신 사용하는 티슈는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여 아토피 피부염과 위장 장애를 일으킨다고 하니,
이와 같은 증상을 앓는 환자들은 이 기회를 통해 손수건 사용을 늘리면 어떨까 한다.
그 약간의 번거로움은 건강에 좋다는 것으로 상쇠시키기에 충분하니 말이다.
특히 투박하고 광택이 없는 번철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투박함이 주는 매력에 어찌나 끌렸는지..그 무게만큼 든든한 번철 하나를 구입하고 싶어졌다.
요즘의 스테인레스 프라이팬은 음식이 눌러붙고 금방 색이 바래는데 비해 번철은 한결같음을 유지한다. 물론 구입한 후 길들이기 작업이 여간 복잡한게 아니다. 물로 씻은 다음 거친 수세미에 주방 세제를 묻혀 앞뒤를 깨끗이 닦아낸 후 가스레인지 위에 뒤집어 놓고 중불과 약불 사이에서 물기를 말리고, 마르고 나면 앞면에도 기름을 바르고 가운데 부분이 갈색으로 변하면 길들이기 작업이 끝이 난다. 하지만 번철은 우리 몸에 천연 철분제의 역할까지 해 준다고 하니 그 수고로움 또한 감내할 만하지 않은가. 아직은 번철을 구입해서 길들여 사용할 자신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구입해 보고 싶다. 어린왕자가 장미를 길들여 특별한 관계가 된 것처럼 나에게 온 번철도 잘 길들여져 우리 집 대대로 내려가는 가보가 될 줄 누가 알겠는가~^^
사대부 집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귀한 목가구 사방탁자, 가리개도 되고 작품도 되는 병풍, 괘종시계, 소박한 장식품 백자기 등에 대한 실용성과 아름다움, 집안에서 두루 쓰는 바가지, 살아숨쉬는 그릇 옹기, 씨와 날을 엇갈리게 해서 아름다운 모양과 단단함을 지닌 그릇 바구니, 무쇠팬 번철, 보자기 등 우리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는 옛 물건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뿐 아니라 그에 알맞은 고가구 수리법과 구입법, 알맞은 가격, 함 구입처, 관련된 속담과 이야기들을 함께 덧붙이고 있어서 오래된 것들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요즘도 이러한 고가구나 의복을 판매하는 곳이 꽤 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 놀라웠다.
아마도 그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이 지닌, 아니 집안 대대로 운영해 온 신념과 자부심의 시간을 지나온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옛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이 담긴 물건과 의복..
지금은 잊혀져 가는 옛 것들이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지 않은 것들이다.
그것들과 점점 멀어지는 요즘이지만, 그것에서 더욱 편리함을 강조하게 하여 나온 물건을 통해서라도 그때 그 옛 물건의 편리함을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잠시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현대를 살면서 옛것만 좇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므로, 모든 일을 옛것과 결부시키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편리함의 원형이 된 물건과 옷에 대한 고마움과 그 기억은 잊지 말자는 것이다. 두고두고 우리 자손들에게도 옛 물건들의 지혜로움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갖추고 있는 게 좋을 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옛 물건들과 조상들의 지혜로운 생활모습 등을 이야기하며 옛것의 지혜와 그 깊은 가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 등을 되새겨 보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옛것의 따뜻함과 자연스러움에서 신비로운 순수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것들이 갖는 오래된 신선함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한우리 북카페의 도서 지원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