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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생각 - 나는 야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박광수 글.그림 / 미호 / 2013년 3월
평점 :
이 책은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박광수가 어릴적부터 지녀온 야구에 대한 열정을 에세이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책에는 야구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 사람의 삶이 숨어 있고 인생이 이야기되고 있고 미래가 녹아들어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곧잘 야구장을 찾곤 한다. 야구장을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야구장 관람석에 앉아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탁 트인 가슴에 무엇가에 대한 열정이 마구 끓어오르고 있는 느낌을. 그리고 그 많은 3만 관중이 모두 하나라는 신기하고도 묘한 공감대. 모두가 한 선수를 외치고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모두가 기뻐 응원을 한다.
야구를 곧잘 인생에 비유한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저자가 풀어낸 야구 인생, 마치 한편의 '광수생각' 일러스트를 보고 있는 듯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야구는 앞의 사람을 인정하며 뛰는 운동이다.
내가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선행 주자를 앞서 홈으로 들어오면 아웃을 당한다.
그렇게 인생의 순리를 배워나가는 것이 야구다.
전진은 언제나
위험이 수반된다.
당신이 발을
1루 베이스 위에 올려놓고
2루를 훔칠 수는 없다.
1루, 2루, 3루, 홈..
어쩌면 야구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인생을 닮은 경기이다.
그리고 그리 뛰다가도 결국 홈으로 들어와야 점수를 내고 인정을 받지 않은가.
젊은 시절 방황을 하다가도 다시 깨닫고 집으로 컵백 홈 하는 것도 생각나고,
그냥 천방지축 뛰는 게 아닌 정해진 베이스를 밟아야 하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인생 규칙에 빗댈 수 있으니 말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책을 재미나게 읽은 적이 있다.
그 팀의 유명 투수 재일교포 장명부..
"내 고향은 현해탄이다."라고 생전에 입버릇처럼 말하며 쉰셋 쓸쓸한 생을 마감한 선수..
한해 동안 427이닝을 던진 상상도 할 수 없는 등판을 하며 팀보다 돈을 좇은 선수라는 비난까지 받은 장명부. 이 책을 통해 그의 야구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니 안타까움에 씁쓸해진다.
그래도 믿고 싶다. 적어도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돈이 따라온 것에서 약간 욕심이 생긴 것뿐이지 돈을 좇아 야구를 한건 아닐 것이라는.
사회인 야구 '조마조마'에서 뛰고 있는 저자는 종종 아무 생각없이 친한 선수를 경기에 초대한다고 한다. 하루는 현대유니콘스 1루수 이숭용을 초대하였더랬다. 이숭용은 경기를 치르며 에러를 세개나 냈는데, 경기를 끝낸 그가 상기된 얼굴로 저자에게 이렇게 땅이 고르지 못한 곳은 처음이고 불규칙 바운드로 공이 튈까 무서워 야구를 할 수 없었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이숭용은 그날을 기억하며 사실 그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한다. 저자는 프로인 네가 아마추어인 우리에게 무엇을 배우냐고 묻자 이숭용은 말한다.
"프로인 우리에게 없는 열정과 재미"
처음에는 야구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야구를 즐기기는커녕 직업의 하나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야구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이숭용은 자신이 야구를 하고 잇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되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야구가 즐거워졌다는 것이다. 재능있는 자를 이길 수 있는 자는 그것을 진정으로 즐기는 자임에 틀림없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 에피소드였다.
야구로 유명한 신일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저자의 운명?(아마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광수생각과 같은 일러스트를 보게 된 것이니 우리에겐 다행?^^),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유부남의 어려움, 야구 중계를 하는 최희 아나운서와의 인터뷰,
치어리더와의 인터뷰까지 곁들인 이책,,2루에 도착하면 난 다시 3루로 가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는 말에 큰 공감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 나의 삶이 2루를 달리고 있는지 3루를 달리고 있는지, 아니 어쩌면 한 시즌을 마감하고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난 다음 경기를 뛰기 위해 열심히 준비 운동을 할 것이다.
매 경기마다 나에게 주어질 세번 정도의 타석에서 보여 줄 멋진 안타를 위해.
야구에 대한 이해와 함께 야구를 통해 인생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한다.
실패와 어려움이 계속되는 삶에 힘겨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저자의 한마디를 끝으로 미흡한 서평을 마감해 볼까 한다.
기억하라.
연패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곧 승리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