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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세 가지 실수
체탄 바갓 지음, 강주헌 옮김 / 북스퀘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으며 배경을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설을 읽기 전 이야기의 배경과 중심 소재와 관련한 것들에 대한 배경 지식을 알고 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인도의 아메다바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곳은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정치 세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도시다. 그리고 인도의 국기라고 하는 크리켓이라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하고 읽는 것도 좋다. 크리켓은 야구와 비슷한 룰을 가지고 있으나 전혀 다른 스포츠로 영국과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구기 종목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크리켓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크리켓 용어를 따로 덧붙여 놓은 점도 특이하다.
어느 청년이 자살 직전 체탄에게 보낸 이메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체탄은 어느 청년의 자살 직전 이메일을 받고 자살하려 한 청년이 입원한 병원을 수소문하여 찾아간다. 그리고 왜 자살하려고 했는지 그의 세 가지 실수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으로 본격적인 사건 속으로 들어가는 액자 구성을 띠고 있다.
첫번째 실수
절친한 젊은 청년 이샨과 고빈드, 오미, 이 세 사람은 고빈드의 제안으로 인도에서 유명한 스포츠인 크리켓 용품점 사업을 시작한다.
조그만 가게를 임대하여 시작한 사업은 점점 번창하고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을 모은 고빈드는 더 큰 사업을 벌이고하 하는 욕심으로 큰 건물에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지진으로 인하여 쇼핑몰이 붕괴되는 어려움을 겪어 큰 빚을 지게 된다.
너무나 큰 욕심..
두번째 실수
친한 친구 이샨의 여동생 비디아는 답답한 고장을 떠나고 싶어 의대 진학을 희망하지만 수학이 부족하다. 그래서 고빈드에게 개인 교습을 받는 와중에 둘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인도에서는 이런 사랑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한다. 친한 친구의 여동생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된다는 불문울. 하지만 고빈드는 바로 그 불문율을 지키지 않았고, 그 사실을 이샨이 알게 된다.
이성을 넘어선 감성 탓에 무너지는 신의..
세번째 실수
종교 대립으로 과격해진 비투 삼촌이 알리의 부모를 살해하고 알리마저 죽이려고 하자, 오미는 비투 삼촌을 말리려다 알리 대신 목숨을 잃는다.
이후 계속되는 위험한 순간, 이샨이 알리를 빼내라는 눈짓을 했지만 고빈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알리의 생명과도 같은 오른팔을 다치게 한다.
잠시의 망설임...
그랬다. 당시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 1초의 망설임이 내 인생에서 세 번째 실수였다. 물론 당시에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384p
크리켓, 사업, 로맨스, 친구, 종교, 정치 그리고 삶..
이 모든 분야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이 소설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더욱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작가는 무슬림과 힌두교의 종교적 갈등과 신뢰를 저버린 우정, 책임을 떠안은 사랑 등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보여지는 세 친구의 모습을 그렸고
서로 보듬고 아물게 하는 위로와 따뜻함, 상처를 치유해 내는 사랑을 보여 주려고 하였다.
저자는 과도한 욕심과 감성에 패배한 이성, 망설임에서 온 주인공의 세가지 실수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가 흔히 범하게 되는 실수 원인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야기에 나타난 작가의 그와 같은 지적을 되짚어 보니 우리 삶에서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요한 순간일수록 더욱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매사에 확신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누구나 실수는 하게 마련이다. 당시에는 실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 그때 이랬으면..그때 그러지 말 것을..'이란 후회가 따르게 마련인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실수 없는 경우는 없는 법.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위안 아닌 위안을 스스로 하며 다시금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자살 시도 후 병원에서 만난 이샨과 고빈드, 그들은 얼싸안고 울음과 회한이 뒤섞인 화해를 한다. 화해를 통한 성숙한 결말은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내고 있다. 이제 곧 움틀 꽃눈이 나뭇가지 속에서 준비를 하는 것처럼 이들 앞에 펼치질 앞으로의 삶에 환한 햇살을 마련해 주고 끝을 맺은 따사로운 결말 덕에 저자의 소설이 더욱 흡입력 있게 다가오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세 얼간이>에 이어 체탄 바갓의 세 번째 소설이다.
<세 얼간이>는 책으로 접하지 않고 영화로 접해 보았지만 어쩐지 그의 소설에서 풍기는 갈등 해결과 화해, 따뜻한 사랑은 묘하게 일치함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