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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빵 ㅣ 아이앤북 문학나눔 5
문영숙 지음, 이상윤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탈북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북한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을 시고하고 어려움을 헤치며 탈출에 성공한 일, 아버지와 할머니는 남겨 두고 왔기에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며 기다리는 일, 학교를 다니는 기태와 기옥이에게 너무나 낯선 한국 문화..어려운 수업..
작가는 강건너 북한 땅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우리의 반쪽을 좀더 알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전한다.
이 책의 제목 <개성빵>은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의 근로자들에게 주는 간식인 초코파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빵을 먹지 않고 모았다가 장마당에 내다 판 돈으로 통강냉이나 강냉이 가루를 사서 끼니를 잇는다고 한다. 가장 먹고 싶어하는 개성빵을 가족들을 위해 모으는 북한 근로자들의 마음이 애처롭다.
기태와 기옥이는 엄마와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이다.
기태는 아버지와 할머니를 나겨두고 자신만 먼저 한국으로 온 걸 생각하면서 항상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가끔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오지만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 몇마디 채 나누지도 못하고 끊긴다.
기태는 조선학교에서 들은것처럼 남조선 인민들은 학교에도 못 가고 책가방 대신 구두닦이 통을 메고 길거리를 헤매고 있으며 애들은 깡통을 차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사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조선과는 비교도 안되는 한국의 모습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부풀어 오른 가슴도 잠시, 기태의 학교 생활은 참 힘들다.
북한의 덜샘이 한국에선 뺄셈, 곱절수는 배수, 씨수는 소소...북한말과 너무나 다른 게 많은 수학시간은 더없이 고역이다. 발표시간 역시 기태는 조선말이 튀어나올까봐 조마조마한 시간이다. 그런 기태를 아이들은 놀리고 재미있어하며 웃는다.
찱흙 준비물을 문방구에서 사는 줄도 모르고 진흙밭에서 캐오는 줄만 알았던 기태와 기태어머니의 순수함..
입가에 미소가 번졌던 에피소드지만 웃을수만도 없다.
탈북자들의 어려움이 이렇게 소소하게 많겠구나를 생각하니 그동안 그런 어려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뿌리는 같아도 살아온 생활이 너무도 다르다.
정부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빛좋은 개살구 정책이 아니라 탈북주민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시급할 것이다.
기태는 방과후 무지개학교를 좋아한다. 조선에서 온 아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학교였다. 여기서는 긴장할 필요도 없고 자존심 상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기태와 같이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이기에 더더욱 기태의 마음을 알아준다.
일반 학교에서도 무지개학교의 편안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좀더 따뜻하게 탈북 아이들과의 소통과 교류에 더욱 힘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무사히 강을 건너고 탈북에 성공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던 어느 날,
무지개 선생님 가족이 무사히 강을 건넜다는 소식을 접한다.
"우리 가족이 지금 한국으로 오려고 태국 대사관에서 기달고 있대.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어. 기태야, 내가 말했지. 간절한 희망은 꼭 이루어진다. 너도 꼭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절대 희망을 버리면 안 돼."

기태는 무지개 선생님의 말을 듣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할머니와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기뻐할 날이 꼭 올 거라는 믿음으로 두 주먹을 굳게 쥔다.
결국 이 책의 제목 <개성빵>은 북한 주민들의 희망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성빵>에 담긴 달콤한 자유와 자유를 펼칠 땅에 대한 희망을 말이다.
지금도 가난과 삶의 힘듦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하루빨리 자유를 향한 꿈이 안겨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