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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까? - 윤상원 vs 전두환 ㅣ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9
이계형 지음, 남기영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1월
평점 :

이 책은 교과서 속 역사 이야기를 법정의 재판 형식을 빌어 색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미 60권까지 나온 상황에서 처음 접해 본 책이었지만 이전 책들을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어려운 이야기일수도 있고, 어쩌면 재미없는 역사를 새로운 형식으로 알려주고 있고 재판 첫째 날부터 셋째 날까지의 실제 재판을 능가하는 긴장감 넘치는 소송 내용과 피고 전두환과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 연합회 대표인 윤상원을 원고 측 대표로 하여 저승에서 불러 세운 원혼 재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또한 피고측을 감싸는 모호한 변호사와 정확한 판단을 가진 명석한 변호사의 기 싸움도 재미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

민주화를 열만한 광주 시민들은 민주정부를 희망했다. 이는 자기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다 같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말이다. 하지만 19년간의 독재에서의 해방과 동시에 또다시 찾아온 신군부의 권력 장악으로 학생들은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10만명의 군중이 모여든 서울역 광장의 모습을 보라. 사진으로만 보아도 국민들의 열망과 간절함이 아직까지 아련히 전해져 온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상계엄령의 전국적 확대와 공수부대 투입으로 가해진 시위대 탄압이었다. 시위대는 목숨을 걸고 저항을 했지만 저들이 가진 칼과 총 앞에서 외마디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꽃다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죄가 있다면 민주화를 요구한 것밖에 없는데, 무차별 발포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시민들은 무장 항쟁으로 돌입한다. 시위대의 발포가 먼저 있었다는 공수부대의 주장과 시위대를 향해 장갑차를 돌진시킨 공수부대의 행동을 원인으로 든 시위대의 의견이 부딪쳤지만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같은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꼭 그런 방법밖에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참으로 안타깝다. 죽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고하게 죽은 부모, 형제, 자매..이웃..살아남은 사람은 살아남은 대로 그 지워지지 않은 기억을 안은 채 삶의 곳곳에서 그 슬픔이 배어나올 테니...잊을래야 잊을 수 없고, 기억해 봐야 더욱 깊어지는 슬픔에 상처만 남을 뿐이다.
한쪽의 주장만으로 점철된 책이 아니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가운데 페이지가 숨가쁘게 넘어갔다. 사건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지만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광주시민의 마음만은 아직도 생생한 함성으로 들리는 듯하다.

중간중간 모르는 용어 해설과 교과서에 나오는 관련 이야기를 날개단으로 빼 놓아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고, 재판 사이사이 원고와 피고, 기자, 변호사를 인터뷰한 '휴정 인터뷰' 코너 역시 재판정의 박진감을 높여 주고 있었다. 역사공화국 한국사 법정의 60가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사건의 전개 과정과 양측의 입장을 읽으며 스스로 판단해 보는 능력이 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은 후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지 말고 사건의 흐름과 결과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가져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역사 공화국 한국사법적을 가정으로 끌어와 엄마는 변호사, 아빠는 판사, 아이는 원고나 피고 등 역할을 돌아가면서 하며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증언하게 한 후 판결을 내어 본다면 멀게만 느껴졌던 역사 이야기가 바로 가까이에 친근하게 다가와 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는 책을 통해 우리 역사와 친해질 뿐 아니라 관련 안건에 대한 판단 능력 또한 눈에 띠게 향상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일석이조,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