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책 주문했어요. 북콘서트 신청합니다. 출간 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결국 틈을 못 내다가 어제 모든 일을 마무리했어요. 화요일쯤 오겠네요. 기대됩니다. 물론 북콘서트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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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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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성스러운 피'라는 컬트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었다. 이 영화는 폴 오스터의 <공중 곡예사>와 마찬가지로 한 남자아이의 거친 세상살이를 통해 굴곡진 삶의 극단에 이르는 고통을 맛보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관객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싶다'고 했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폴 오스터의 <공중 곡예사>는 이와 비슷한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내게 안겨주었다.

<공중 곡예사>는 치밀한 구성을 갖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공중곡예를 하듯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삶의 굴곡을 글로서 고스란히 재현해냄으로써 읽는 이에게 일종의 대리체험의 경험을 하게 한다. 40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는 내내 내 안에서 잠자고 있던 연민, 분노, 불안, 행복, 사랑, 복수, 체념, 용서, 화해와 같은 감정들이 깨어나고 다시 가라앉기를 몇 차례 반복해야 했다.

이러한 감정변화는 이 소설의 주요 모티브인 공중부양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소설에서 공중부양은 판타지로 그려지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를 갖지 못한 한 남자아이에게 있어 생존의 마지막 끈이자 성공의 절실한 도구였으며, 실패와 몰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실패를 딛고 재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외로운 고아 소년의 막다른 선택과 그것으로 인한 그의 성공과 실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얼마간 내 삶의 고통의 무게가 가벼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폴 오스터는 가장 정통적인 소설 기법 가운데 하나인 성장 소설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기존 소설과는 구별되는 세련된 구성과 진지한 성찰을 통해 읽는 이의 감정을 조정할 줄 아는 작가였다. 가벼운 읽을거리들이 봇물처럼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진지한 소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내게 커다란 행운이었으며, 더욱이 앞으로 읽어야 할 폴 오스터의 소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건 더더욱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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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영어 사전 - 난 이과가 좋아요 1
한마루 지음 / 북캠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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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사전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초등학생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사전도 이런 식으로 구성한다면 어떨까?

사전이라고는 하지만, 얇은 종이에 빽빽하게 쓰여진 깨알같은 글씨로 사람을 질리게 하는 기존 사전과는 개념부터가 다르다. 과학영어사전이라는 책제목에서 과학용어를 다룬 영어사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과학용어 사전이라기보다는 '과학적 영어 사전' 혹은 '과학적 지식 사전'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다.

일단, 이 사전은 구성부터가 과학적이다. 아이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쉽게 영어에 접근시킬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쓰여진 듯하다. 자동차, 군사, 동물, 음식, 패션 등 분야별로 단어를 설명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림과 만화, 사진을 통해 단어를 설명하여 시청각적인 효과를 배가시킨 점에서도 그렇다. 아이들 혼자 읽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부모가 옆에서 직접 단어를 발음하면서 같이 읽어나가면 효과가 더 커질 듯하다. 실상, 나 자신도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했다.

이 사전이 재밌는 것은 사진과 그림이 많아서도 그렇겠지만, 일단 내용이 충실하기 때문이다. 영어사전의 기능에 백과사전의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다고 하면 적절할까. 아이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테마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해준다.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다 담고 있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는 내용이다. 또한, 성실하게 그려진 만화와 삽화, 중간중간에 양념처럼 나오는 간단한 심리테스트도 아이들을 배려한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적극 추천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우선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 볼 것. 의외로 얻는 것이 많다. 두 권을 주문해서 한 권을 친구에게 줬는데, 아들내미가 재밌어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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