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지 스리니바산 지음 · 에릭 조겐슨 엮음 · 박수현 옮김
1. 왜 이 책을 읽었는가
기술로 사업을 만들고 실제 시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시험해 본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그 경험은 기술을 넘어 사회와 제도를 이해하는 데에도 유효할까?
처음 보는 저자의 책을 읽을 때면 소개부터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다. 길어야 몇백 자에 불과하지만,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이나 투자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판단에 실제 자원과 시간을 걸어 보았는지가 궁금하다. 이른바 ‘skin in the game’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서평단에 신청해 선정되면서 읽게 되었다. 발라지는 인도계 엔지니어이자 창업가·투자자로, 스탠퍼드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여러 기업의 창업과 매각을 경험한 인물이다. 공동 창업한 Earn.com이 Coinbase에 인수된 뒤에는 CTO를 맡기도 했다. 적어도 기술과 사업에 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시장에서 시험해 본 사람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물론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이 정치와 미디어에 관한 판단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창업 경험을 가진 사람이 기술의 가치와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살펴볼 이유는 충분했다.
읽고 나니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다른 결론에 도착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기술과 실행을 바라보는 태도는 설득력 있었고, 기술이 사회적 신뢰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에는 의문이 남았다.
2. 저자의 핵심 주장
책은 크게 기술, 진실, 미래 건설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된다. 내가 읽은 핵심 주장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기술은 희소성을 완화하고 같은 일을 더 적은 비용으로 수행하게 하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사람들이 널리 믿는 이야기와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권위와 평판에 의존하기보다 원자료와 기술적 검증을 중시해야 한다.
셋째, 기존 미디어의 이해관계와 정보 유통 구조를 의심하고, 새로운 기술과 네트워크를 통해 더 나은 검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미래를 바꾸려면 비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는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은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결과물로 구현해야 한다.
다만 이 책의 형식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발라지가 처음부터 하나의 논증으로 집필한 책이 아니라, 에릭 조겐슨이 그의 인터뷰·트윗·강연 등을 선별하고 편집해 구성한 선집이다. 엮은이도 편집과 재배치 과정에서 원래의 맥락이나 의미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인정한다.
이 형식은 여러 통찰을 압축해서 접하게 해 준다. 반면 발언이 나온 상황과 전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편함도 있다. 따라서 문장의 인상과 별개로, 그 주장이 어디까지 성립하는지 생각하며 읽어야 했다.
3. 가장 설득력 있었던 부분 — 쉽게 쓰게 만드는 기술의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