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부펀드가 만난 자본의 설계자들 - 자본은 어떻게 기업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가
한영석 지음 / 에프엔미디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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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탐욕이 아닌 혁신의 설계자일 수 있다

사모펀드(PE, Private Equity). 많은 사람들에게 이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쪼개 팔고, 단기 차익만 챙긴 채 빠져나가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의 세계 말이다. 나 역시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한영석 저자의 『자본의 설계자들』은 그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깨뜨린다.

저자는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세계 유수의 사모펀드와 직접 협업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PE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PE는 기업의 본질을 무너뜨리는 파괴자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파트너, 새로운 도약을 설계하는 든든한 동반자로 등장한다.

기업의 본질을 다시 세우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사례는 미국 의료 스타트업 오크스트리트헬스(Oak Street Health)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환자가 아플수록 돈을 버는 구조’라는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오크스트리트헬스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환자가 건강할수록 이익이 나는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모펀드는 이 혁신적 모델을 단순히 자금으로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 구조와 기업 전략을 재설계하며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냈다. 이 과정에서 나는 PE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48포티(48Forty)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버려진 팔레트에 불과했던 자원을, 사모펀드는 새로운 물류 생태계의 기반으로 키워냈다. 버려질 운명에 처해졌던 팔레트를 수거·재활용·재판매로 묶어 하나의 산업으로 확장하며 48포티는 순환경제의 모범이 되었다. 낡은 구조를 허물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능력, 바로 그것이 사모펀드가 가진 설계자의 면모라고 생각된다.

위기에서 기회를 읽어내다

책은 팬데믹 속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시안 리조트 사례도 다룬다. 적자와 위기로 흔들리던 이 리조트는 사모펀드의 개입으로 철저히 운영 구조를 재점검했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전략, 과감한 비용 구조 개편, 고급 고객층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 그 결과, 팬데믹 한가운데에서도 7억 달러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둬냈다. 사모펀드가 ‘기업의 회생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집단’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례는 버거킹(Burger King)이다. 한때 맥도날드에 밀려 빛을 잃었던 브랜드는 사모펀드의 손에서 다시 살아났다. 단순히 메뉴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경험을 새롭게 정의한 덕분이다. 이 이야기는 PE가 숫자만 바라보는 집단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 경험 등 무형의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본과 기업, 운명공동체가 되다

책은 사모펀드의 수익 구조도 투명하게 설명한다. 기본적인 운영수수료(Management Fee) 외에, 진짜 수익은 기업을 되팔아 발생하는 차익 중 일부를 가져가는 성과보수(Carried Interest)에서 나온다. 즉, 기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PE 역시 이익을 챙길 수 없다. 이 구조는 사모펀드가 단기 차익보다 장기 가치 창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결론 – 자본은 설계자가 될 수 있다

『자본의 설계자들』을 읽으며 나는 사모펀드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크스트리트헬스는 의료 시스템을 바꿨고, 48포티는 폐기물을 산업으로 만들었으며, 베네시안 리조트는 위기 속에서 되살아났고, 버거킹은 다시 젊어졌다. 그 중심에는 자본의 단순한 투입이 아니라, 기업의 본질을 지켜내고 확장하려는 설계자의 시선이 있었다.

사모펀드는 기업의 본질을 파괴하는 세력이 아니라, 때로는 기업이 홀로 찾지 못하는 길을 설계하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본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자본을 어떻게 설계하고 활용하느냐에 있다. 『자본의 설계자들』은 그 사실을 생생히 증명하는 책이며, 사모펀드를 다시 보게 만드는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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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서평단에 참여하여 책을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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