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 개혁을 향한 연대기. 이 책을 한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무라카미는 원래 공무원이었다가 40대의 나이로 뒤늦게 펀드매니저가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주식 투자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10대때부터 다양한 투자를 경험하였다는 점에서 아무 배경도 없이 펀드매니저가 된 것은 아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펀드를 설립할 당시 그는 일본 주식시장을 개혁하자는 뜻을 품고 행동주의 투자자로 세상의 전면에 서게 된다. 이후 펀드는 다양한 투자에 성공하면서 큰 부를 이룩하지만, 뜻하지 않게 후지TV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부정거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내가 알기로 일본은 용의자&범죄자의 인권이 없는 나라다. 용의자로 체포된 순간 모든 신상이 전국적으로 공개되어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우리나라처럼 얼굴을 가린다든가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한 사회이다. 그런 상황에서 형량을 치른 후 다시 계속해서 투자자로써 대외적인 활동을 이어 나간 것 보면 전형적으로 멘탈이 쎈 인물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런 성격 덕분에 소신을 굽히지 않고 행동주의 투자를 이어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999년 무라카미 펀드를 설립해 후지TV 사건으로 펀드를 청산하기까지 저평가된 기업 중 거버넌스 이슈가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를 펼쳤다. 펀드 초반에는 해외 투자자들과 연합해 일본의 거버넌스 이슈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해외 투자자들에게 뒷통수를 맞는 경험도 하고, 투자를 한 기업에 주주로써 제안을 하러 간 자리에서는 냉담한 시선을 받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일본의 저평가 기업을 발견하고 저평가를 해소하는데 일조한다. 그리고 지금도 싱가포르에서 투자를 이어가면서 일본의 기업 거버넌스를 정상화 하기 위해 행동주의투자와 자선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주주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주주가치란 무조건 지켜져야 하는 것일까? 주주의 조급함으로 인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끔은 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 기업이 성장해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확장과 지속적 투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은 확실하다. 대기업이 적자가 나는 사업에 대해 지속적 투자를 이어가면서 키워온 산업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 시장은 주주의 가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필요 없는 쪼개기 상장, 중복 상장, 인적 분할, CB 발행, 이해할 수 없는 유상증자, 일감 몰아주기, 낮은 주주환원율 등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나 또한 투자를 하면서 한번씩 이해할 수 없는 회사의 결정에 속이 쓰린 적이 많다.
그래서인지 책속에서 무라카미가 가졌던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돈이 돌게 하고 그럼으로써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대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주식시장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매우 동감하는 바이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저평가도 언젠가는 해소될 날이 올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