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포르모사라는 단어로도 알려진 작은 섬이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는데, 좋은 뉴스는 TSMC에 대적할 대항마가 없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1등이라는 뉴스이고, 안 좋은 뉴스는 중국의 무력 개입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세계는 왜, 특히 G2로 불리는 중국과 미국은 왜 이 작은 섬에 집착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지정학적 이유와 경제적, 그리고 군사 안보적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먼저 지도 펼쳐서 대만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만은 중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복건성에서 배를 타고 3~4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직선 거리로 약 200km)에 위치한다. 그만큼 중국대륙과 가깝고, 필리핀, 일본의 오키나와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국적의 상선들이 대만 해역을 통과하고, 물동량이 몰리는 곳 중 한곳이 바로 대만 인근의 해역이다. 즉, 대만이 봉쇄하면 중국은 해양으로 나갈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제약된다.
그뿐 아니라 대만을 본거지로 하는 TSMC는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고객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이다. AI가 발전하면서 세계 각국의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에서는 각 하우스의 사양에 맞는 칩을 제작해 줄 수 있는 파운드리를 찾게 되었는데, 현재로선 TSMC가 유일무이한 대안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도 중국도 대만을 쉽게 포기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만은 어떻게 파운드리의 강국이 되었을까?
대만은 1970-80년대에 국가 주도로 TSMC를 세우고 관련 기업들을 발전시켰다. 물론 TSMC의 창업주 모리스창이 TSMC 설립의 중심이 된 것은 맞다. 하지만 TSMC의 설립에 대만 정부의 자본과 인프라 투자, 규제 완화 등 지원이 있었고, 잘 훈련된 대만의 과학 인재들이 TSMC에 투입되었다. 기존까지 유행했던 제조와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IDM(종합반도체회사)와 다른 foundry에 집중할 수 있는 순수 파운드리 회사를 설립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관련 기업들이 대만 본토에 설립되어 반도체 클러스터로 대만을 탈바꿈 할 수 있었다.
결국 대만 정부가 중심이 되어 TSMC라는 거대한 기업을 세우고 뒤이어 관련 기업들이 생태계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TSMC의 역할은 순수 파운드리다. 즉, 설계 경험이 없는 고객사들이 설계도를 만들어서 가져오면 설계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이다. 그렇다 보니 고객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고,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신조가 만들어졌다.
현재는 과거 그 어느때보다 고객의 니즈에 맞춰 반도체를 만들어 주는 기술이 필요한 시대이다. AI칩이라는게 정교한 작업을 요하는 연산이 아니라 어딘가 정합성이 떨어지더라도 연산의 속도를 높이는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TSMC는 앞으로도 당분간 미래가 밝을 것 같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IT분야 애널리스트로 약 30년간 일해왔기 때문에 대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책에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삼성전자의 브랜드는 누구나 알아주는 브랜드이지만, 앞으로는 브랜드의 가치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하는 부분이 와닿았다. 모든 브랜드가 비슷한 지향점을 쫓는 이상 결국 브랜드 간의 차이점은 없어지고, 결국 기술적인 부분에서 격차를 높일 수 있을 텐데, 삼성전자의 지금을 보면 Foundry 부분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지금 격차를 벌리고 있는 회사는 TSMC이기 때문에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당분간은 높은 순이익률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탈중국 시대에 앞서 대만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점점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이러한 흐름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생각할 부분인 것 같다. 결국 인건비의 싸움이 될 부분이 많을 텐데 여기서도 대만 기업들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앞으로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이 어떤 세계를 만들어 갈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점점 복잡해 지는 세상을 대비해서 대만의 성장 스토리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대상 독자가 대만의 대중들을 대상으로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 식자층의 생각이 어떤 지를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