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필립 얀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1. 소개

<비상시의 기도문>이라는 존 던의 글을 재구성한 책. 

필립 얀시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물며 던의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지금의 위기 상황과 연결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그것을 현대어로 풀어 써 보자는 결심을 한다. 덕분에 1623년에 살았던 작가의 통찰을 현대에 사는 우리가 읽는다.


2. 구성

 <비상시의 기도문>은 던의 병이 진행되는 단계에 따라 쓰여진 스물세 편의 일기다. 거기에 존 던의 생애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두 편의 서문과 책을 정리하는 다섯 편의 글이 추가되어 전부 서른 편로 구성되어있다. 던은 묵상의 형태로 글을 썼으므로, 그것을 정리한 필립 얀시(책의 저자)는 하루에 한 편씩 읽을 것을 권한다.


3. 코멘트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고통을 인과응보로 해석하려 한다. 일례로 이 맹인이 누구의 죄 때문에 이렇게 되었느냐고 물었던 바리새인들의 질문이 있다. 현대로 와서는 코로나19를 신학적으로 원인을 찾으려는 이상한 시도. 그런것을 보면 인간에게는 답을 내고 싶은 본능이 있는걸까?

 길을 가다가 요양병원과 장례식장이 한 건물에 있는 것을 보면서 종소리에 대한 던의 묵상이 생각났다. 그는 장례를 알리는 교회의 조종 소리가 두려웠을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는 것처럼 들리니까. 매일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는 처음엔 고통의 원인을 찾았다. “누가, 왜 이 질병, 이 역병을 일으켰을까?”

 그는 답을 찾지 못했다. 병상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는 동안 질문은 달라졌다. 그의 단상은 반응의 문제로 옮겨 간다. 하나님을 신뢰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을 등지고 떠날 것인가?

 던은 하나님을 신뢰한다.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그분의 아들 예수님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친히 얼굴을 보여주셨다. 하나님이 이 땅의 고통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려면 중풍 환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여인, 나병 환자들 사이를 다니셨던 예수님의 얼굴을 보면 된다.” 278쪽.

 예수님은 고통의 원인을 따져내지 않으신다. 다만 고통받는 자들과 한 편이 되셨다. 


4.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

‘고통의 문제’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다만, 책이 명쾌한 답을 내고 있지는 않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 하나님과 대면한 과정을 볼 수 있을 뿐이다. 1인칭 시점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일기를 읽으며 독자 스스로 신정론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다. 


5. 밑줄 친 구절

이 종소리가 죽음을 알리는 사람은 여행의 끝을 앞둔 어제 집에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 그의 영혼은 다음 세상으로 떠났지만 종소리가 떠올려 주는 그의 행실과 본은 우리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 있을 것입니다. 침상에 누운 저는 교인들의 찬양 소리를 들으며 함께 찬양했습니다. 하지만 설교는 들을 수 없었기에 이 종소리가 제게 설교처럼 되었습니다. p167


제 영혼은 당신의 용서를 받았으니 제 육신의 형 집행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 대신 이 묵상을 하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종소리의 주인공을 위해 이제 담대히 기도합니다. p179


비극을 하나님의 형벌로 자동으로 이해하는 반사반응을 바로잡을 손쉬운 방법이 있다. 복음서의 예수님을 죽 따라가면서 그분이 나병 환자, 시각장애인이었던 길가의 거지, 집안의 종이 병든 로마군 장교에게 어떻게 반응하시는지 보는 것이다. 예수님은 예외 없이 언제나 위로와 치유로 반응하신다. 예수님은 결코 피해자를 탓하지 않으시고 고통의 원인을 철학적으로 따지지 않으신다. 가난, 압제, 암, 펜데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다면, 예수님의 자비로운 반응을 보면 된다. 하나님은 그들 편이시다.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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