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프리카 : 동아프리카편
문종성 글.사진 / 어문학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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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련 서적들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이 책에 대해서 그리 크게 기대를 가지고 본 것은 아니다. 그냥 ‘아프리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예전부터 호기심이 많았기에 아프리카에 대해 구경삼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보게 되었다. 이런 게 여행이며, 이런 게 아프리카란 말인가? 정말 놀라움에 가슴이 멍멍해질 때가 많았다.

 

단순히 아프리카에 대한 지역적 설명과 문화, 볼거리 등과 같은 내용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 책에서는 그런 일반적인 이야기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 이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눈물을 훔친 적이 의외로 많았고, 여행 관련 책으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함께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는 여행 관련 책들을 즐겨 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남아프리카를 필두로 동쪽에 위치한 아프리카 여러 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선한 사마리아 프로젝트(모기장 설치)를 실천하는 과정을 저술한 책이다. 먼저 지은이면서 실제 여행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히 엄두도 못 내고, 흉내 내기조차 힘든 여행을 하였다는 것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어쩌면 여행자는 그런 어려운 상황을 통해 도(道)를 깨달아 가는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험난한 여행 이였지만, 그 어디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한 것에 행복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여행을 가장한 모험가요, 탐험가요, 나그네요, 구도자와 같이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한 여행자가 대단하다 라고 말할 수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혹 나에게 용기가 생기게 된다면 여행자와 비슷한 경험을 따라할 수는 없지만, 여행자를 직접 찾아가 아프리카 여행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보고 싶다.

 

이상하게 이 책을 통해 아프리카인들에 대해 더 자세한 알아가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게 되었다. 어쩌면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마음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다양한 희망을 알아가 보고 싶은 열망이랄까? 아무튼 잔잔한 감동과 함께 뜨거운 가슴을 가지게끔 만들어 준 이 책을 통해 작은 희망들이 싹 트여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여행자가 느꼈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함께 공유하며 글을 맺을까 한다.

 

「그러니까 그들이 그토록 애타게 버스를 불러 세운 것이, 맨발로 달리면서까지 버스를 쫓아간 것이 물건 값을 받기 위함이 아닌 거스름돈을 주기 위해서였다. 마지막까지 계산을 마치고 삼삼오오 정류소로 돌아오던 아낙네들의 표정에는 환한 꽃이 피어 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호호호 웃는 걸까? “글쎄 버스 놓쳤으며 하마터면 거스름돈 못 줄 뻔했다니깐! 승객이 얼마나 속상했겠어?”라는 말들을 하는 걸까? 구태여 버스를 세우기 위해 달려간 저 맨발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가? 서너 살 먹은 여자아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낯설었나 보다. 아직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엄마에게로 가 치마를 잡아당기며 팔을 벌렸다. 안아 달라는 투다. 아아, 나는 이 장면을 보고선 가슴에 가벼운 통증이 일어났다. 순박함의 극치를 보고 있었다. 잊어버리고 살아온 인간의 어떤 표현할 수 없는 존엄성을 마주한 기분이다. 이것이, 여기가 바로 아프리카란 말인가, 지난 며칠 동안 만난 친절과 배려의 반응들이 진정한 원색의 아프리카란 말인가, 하찮은 이익에도 탐욕에 눈이 멀어 양심을 쉽게 저버리는 나의 부끄러움은 도대체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따위를 연신 되뇌면서 채 가시지 않는 감동의 흥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단언컨대, 아프리카에서 바라본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p.227~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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