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한옥에 살다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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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내내 추억의 장면들이 많이 떠올랐다. 바로 어릴 적 외할아버지 집에서 지냈던 순간들이다. 그 때는 그저 시골이라 ‘한옥 집은 불편하다’라는 생각 외에는 별로 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 후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니 그 집은 더 이상 주인 없는 집이 되어 버렸고, 이후 큰 외삼촌이 시골로 이사를 하면서 집을 개조해 버렸다. 그냥 일반주택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바뀌고 난 후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느끼게 되었다. 예전 한옥집이 나에게 주는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이 무엇인지 어름푸시 느낄 수 있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마당’이다. 정말 시간이 갈수록 가장 그리운 것이 바로 마당이라는 것을 느껴서인지 나중에 여유가 되면 꼭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게 되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주로 살다보니 마당이 주는 엄청난 혜택들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당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여유롭게 앉아 있거나 드러누워서 시간을 보냈던 시간들이 너무나도 좋았고, 행복했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절감하게 된다.

 

두 번째는 ‘구들장’이다. 부엌에서 나무를 태워 불을 지피는 것도 좋았고, 방에서 아랫목을 찾으면서 이불속에 들어가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것도 너무나도 좋았다. 물론 아파트에도 보일러가 있고, 찜질방에도 있지만 왠지 한옥 집에서의 구들장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니 한옥 집의 구들장이 현대의 것에 비추어 봤을 때는 덜 따뜻하지만 가족이나 친척끼리 때로는 동네사람들이나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있을 때가 많다 보니 옛날 한옥 집의 구들장이 더 그리워 진 것 같다.

 

이런 나의 옛 추억과 생각들이 이 책 곳곳에 이야기가 되어 있다는 것에 놀랐고,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때론 서글퍼졌다. 왜냐면 점점 사라져가는 한옥 집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러한 우리의 좋은 것들을 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우리의 것을 누군가가 지켜주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을 가지기보다 나라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끝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한옥에 대한 짧은 글을 함께 보면서 글을 맺을까 한다.

 

「자연이라는 음악을 듣고 거기에서 느끼는 우리의 흥을 나타낸 것이 한옥입니다. 우리의 건축 개념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우리에게는 건축 자체가 그런 흥이 밖으로 드러난 것, 즉 흥의 외화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건축은 그렇게 자연과의 생활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자연 속에서 물건과 자신의 흥을 담아낸 것이 막사발이고 달항아리고 판소리입니다. 우리는 자연의 흥을 바로 우리 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표상적인 사람들입니다. 표상 없는 표상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우리 전통은 철저히 목적론을 배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무슨 국가가 있고, 계급이 있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연을 인간화하려 하지 않고, 타자를 지배하려고도 하지 않고, 과도한 욕망을 품지 않고, 쉽게 포기하거나 절망하지도 않는 독특한 삶의 태도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미는 이념에 종속되거나 공리주의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한옥의 미는 이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자리에 위치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미학은 삶과 긴밀히 이어진 생활에 기초한 미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생활과 예술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돕니다. 그러면서 둘은 끊임없이 차이를 만들며 반복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미, 한국의 미에는 민중의 미가 숨 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미학적으로 보면, 조선 후기에 백성의 많은 수가 양반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입니다.」(p.23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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