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그대로 - 사람 관계에 대한 예능 잡설
윤성희 지음 / 네시간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예능 작가 15년차의 윤성희씨다.

 

저자는 본인을 오직 타인바라기에 빠져 사는 타인중독자라 칭했다. 방송작가 일을 하는 그도 처음엔 심한 울렁증으로 타인 앞에서는 섭외 전화 한 통 할 용기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런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그렇게 부딪치고 깎이며 걸어온 세월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 속에 풀어놓은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 놓은 방식이 바로 ‘날 것’, 생겨먹은 그대로의 리얼 이었다.

 

인간관계의 시행착오는 ‘날 것’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가식으로 포장되고, 허위로 덮인 가짜들을 걷어내고 내면의 진정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곧 사람을 깊이 사귀어가는 단계이다. 이 책은 사람을 사귀어 가는 과정에서 사람에게 지치고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위로였다. 아직은 사람에 대한 진짜 재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이 책은 두께에 비해 매우 가볍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짜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찬찬히 읽어 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졌고, 재밌었다. 그래서 나 또한 적잖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마치 내 이야기 같았고, 그래서 더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다른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솔직함을 무기로 이야기해왔던 것들이 ‘충고’를 가장한 ‘비난’은 아니었는지,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정작 내가 듣는다면 어땠을지 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은 대화를 할 때,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가라는 팩트보다 ‘어떻게 이야기 하는가’ 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라도 표현에 의해 폭언이 될 수도 있고, 조언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말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책 속에는 저자가 터득한 비법들이 하나둘씩 나오는데, 어디서든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의 비법은 그가 직접 내게 해주는 조언 같았다.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쯤엔 마치 내가 작가와 친분이 있는 사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관계가 깊어진다. 흔히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는데, 어쩌면 매번 실패로 끝나고 마는 것 같은 인간관계도 돌고 도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떠한 비법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다. 고마울 때 고맙다고,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상처를 주지도 않고, 상처를 받지는 않는. 대신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 말이다. 때론 실패하고, 울기도하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 먼저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관계’ 속에서도 길은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혼자 견디기 힘들 때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분명 책의 마지막장을 덮을 때엔 작가의 위로를 받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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