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스 카페 애장판 1
야치 에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를 오래 본 독자라면 환호성을 지를 만한 일이, 요사이 종종 벌어진다. 안타까이 모습을 감추었던 작품이 화려한 자태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경사는 아무 작품에나 허락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많은 독자의 사랑을 그것도 듬뿍 받은 공덕이 인정되어야 하니까.

2004년에 절판되었던『사바스 카페』(야치 에미코)가 흐뭇한 두께의 애장판으로 독자를 다시 만난다. 이 소식은 작품을 먼저 본 사람에게든 보지 못한 사람에게든 희소식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는 작품 만나기가 어디 쉽던가. 따뜻하면서도 근지럽지 않은 작품 만나기는 또 더더욱 어렵다.

다시 돌아온 명작

『사바스 카페』의 독특한 온기를 만들어낸 공은 주인공 요노기 다이와 그의 친구들에게 돌려야 한다. 다이는 일본의 한 인터내셔널 스쿨에 다니는 열여섯 소년이다. 이 소년은 본의 아니게 학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유를 말하자면 좀 길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어 뵈는데 돈을 여유롭게 쓰질 않나.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회사 직원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게임을 한 무더기로 가져 오질 않나. 어렸을 적 몇 번 봤을 뿐인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완벽하게 기억하질 않나. 이쯤 되면 짐작했겠지만 성적은 물론 최상위권이다. 심지어 얼굴은 이웃학교 여학생이 사진을 몰래 찍어 팔 정도의 수준이다.

허나 친구들이 막상 그를 들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었다. 다이에겐 애정보다는 무관심, 친구보다는 고독이 더 익숙했다. 결정적으로- 겉으로는 비죽일지언정 다이는 익숙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길 바랐다. 친구들은 슬그머니 다이에게 다가가 조금씩 다이를 흔들어 놓는다. 마치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이.

 따뜻하면서도 근지럽지 않은

우리는 모두 다이처럼, 조금쯤은 외롭다. 원하는만큼 사랑받을 수 없었고 나이에 맞게 어리광부릴 수 없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다이처럼, 치유의 카페인 사바스 카페에서 천천히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사바스'는 안식일을 뜻하는 영단어이다. 바라건대 이 작품을 보는 분들께, 조건없는 우정이 주는 평온한 안식이 깃들기를. 아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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