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이대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고 있다. 바퀴는 쉴 새 없이 구른다.

쇠줄과 쇠줄 사이 잠깐 허공에 뜰 때만이 유일한 휴식이다.

그러나 바퀴살은 곧장 앞으로 달려오고 다람쥐는 다시 달린다.

쳇바퀴의 속도는 예측할 수 없으나 멈추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람쥐는 지쳐간다. 가쁜 숨을 내쉬다 널브러진다.

그래도 바퀴는 계속 구른다. 오히려 더 빨리 구른다. 원심력에 의해 시체가 밀착되고 체액이 착즙된다.

그렇게 가죽만 남는다. 진액이 다 빨려서 말라 비틀어졌다.

사람들에겐 입체에서 평면이 된 다람쥐의 흔적만이 보였으나 그가 남긴 것은 증발한 체액이지 널브러진 살가죽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겐 호기심이 있다. 일개 포유류에 불과한 호모 사피엔스가 자동차를 만들고 우주선을 발명한 원동력의 기저에는 호기심이 깔려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어떤 사물을 보면 얘는 왜 이러지?’ ‘ 얘는 왜 생겨난 걸까?’ 라고 궁금증을 갖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 호기심의 종착역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관심의 흐름이 외부 사물에서 인간 내부의 심연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다. ‘나는 왜 이러지? ’,‘ 나는 왜 생겨난 걸까?’ 자신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인간은 연구하고 탐구하고 사색한다.

 

어린 시절을 지나 머리가 좀 굵어지고 난 뒤에 거의 강박적으로 자리 잡은 궁금증이 있다. ‘도대체 내 생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서두에 등장하는 다람쥐의 일생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질문이다. 쳇바퀴라는 호기심은 끊임없이 도는데 도대체 답이란 걸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제풀에 지쳐 에라 모르겠다. 대충 살지 뭐하고 포기할 뿐이었다. 물론 사고 과정은 호두껍질 같은 것이 징그럽게 얽혀있는 뇌라는 내장기관에서 일어난다고 상식선에서 알고 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실체는 아리송해졌다.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뇌에서 어떻게 생각이라는 고차원적인 정신활동이 발생하는 거지? 탄소, 수소, 산소, 질소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 는 어떤 기전에 의해 공부하고 성찰하고 반성하고 성숙하는걸까? 생물학적인 성장은 스무 살에 멈추지만 정신적인 성숙은 평생에 걸쳐 이어진다.(적어도 인문학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또한 정신적인 성숙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대를 이어 전달된다. 그렇게 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 나는 사고라는 고차원적인 과정을 통해 포도당을 우주선으로 바꾼 인간 지능의 비밀이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모르겠다.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신경계, 뉴런, 시냅스, 강화학습이론 등 지능의 세부적인 부분은 이해했으나 그 근원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책에 따르면 뇌에는 수많은 뉴런이 있고 뉴런과 뉴런은 시냅스라는 간극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그 과정에서 활동전압이 변하거나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또한 우리 뇌 속의 시냅스는 100조개에서 1000조개에 달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신경세포의 거대한 연결망이 인 것이다. 나는 여기서 또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생각은, 보통 감정에 지배당하지만 때로는 감정을 지배하기도 하는 , 그래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특별하고 소중한 기능은 뇌의 정확히 어느 부분 어느 회로에서 비롯하는가? 저자는 뇌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부분으로 구분하여 이를 설명한다. 나는 또 묻는다. 물리적으로 뇌를 다양한 부분으로 구별하여 세부를 탐구한다면, 거꾸로 의식적인 영역에서도 세부의 총합을 생각이라는 전체로 환원할 수 있는가? 즉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면 부분의 총합도 전체가 되느냐 이 말이다. 호기심은 또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멋대로 굴러간다.

 

  언젠가 친한 의사선생님과 비슷한 내용으로 대화한 적이 있다. 내과 선생님이시지만 이런 쪽도 호기심이 많으신 분이다. 문과 전공, 그것도 국문학을 전공하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분이고 사람에 관련된 지식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알고 계신 분이지만 결론은 나와 비슷했다. “ 나도 잘 모르겠다. MRI를 찍어보면 고 부분이 반짝반짝 빛나기는 하지. 그럼 어떤 기능을 뇌의 어느 부분에서 담당하는지 대강은 알 수 있어. 그런데 그걸 세포단위로 들어가면 되게 어려워. 또 세포 하나에서도 더 깊게 살펴보면 훨씬 복잡해져. 이게 마치 우주랑 비슷한 거 같아. 우주 속에 은하가 있고 우리 태양계는 은하 중심을 공전하고 그 속에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지구는 또 달의 중심축이 되고.... 미시적으로 봐도 마찬가지야. 원자핵을 전자가 돌잖아. 근데 사람들이 연구하다 보니까 원자핵 속에도 양성자가 있고 중성자가 있고 또 계속 연구하다보니까 업쿼크 다운쿼크가 있고 ... 기다리다보면 또 뭔가가 나오겠지. 마치 양파 까기처럼 끊임없이 나오는거야. 내가 의대 다닐 때 상상만 했던 일들이 지금은 일상이라니까? 사실 이정도면 과학으로 해결이 안될 것 같기도 해 . 아마 미래에는 과학이 철학의 영역에 좀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어. ” .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것이 사람이다. 그래도 나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는다.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내가 싫든 좋든 바퀴살은 눈앞으로 달려올 것이고 나는 반드시 앞다리를 내딛어야 한다.

 

<지능의 탄생>은 좀 튼튼한 바퀴살이다. 나무 조각이 아니라 쇠줄에 가까운 바퀴살이다. 그만큼 뒷다리에 힘을 주어 힘차게 도움닫기 할 수 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스무 살이 저물어가는 지금, 나는 보석을 채굴하는 광부처럼 새로운 광맥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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