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연구 - 실존의식과 서지자료를 중심으로
김형태 지음 / 역락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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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하거나 성실한, 아니 탁월하고도 성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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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관심을 가졌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벗을 만나면 그 생각이 궁금하다. 나아가 그 다른 생각에 성실함이 있을 때는 많이 반갑다. 내가 관심 갖고 있는 문제에 새로운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많이 고맙다. 배울 수 있고, 내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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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에 드러내야 할 시인들이 너무 많다. 어떤 분은 안 알려진 시인도 있어, 더 공부해서 알려야 한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공부해서 단행본 『이찬과 한국근대문학』까지 낸 이찬도 내게는 주목되는 시인이었다. 한무학, 박지수 시인에 관해서 몇 가지 글을 썼는데, 내 공부가 부족한 탓에 더이상 넓게 알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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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연구해서 그 연구 업적을 뛰어넘기가 어려운 시인들도 있다. 꼭 읽어야 할 연구업적만 해도 백여 편이 넘어, 읽고 자기 나름대로 연구사를 정리하는 데만 수 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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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에게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전국의 학술지에서 보내는 그에 관한 논문, 석사 논문 등 심사를 매년 수십 편을 본다. 학술지 심사가 많은 지난주에는 두 편을 심사하기도 했다. 계속 연구하도록 격려해야 하기에, 수준이 낮다 하더라도 게재 불가가 아니라 수정후 게재하도록, 심사평을 꼼꼼히 써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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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연구사 정리 수준에서 끝나는 논문들이었다. 연구업적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논문을 쓰려면, 한 시인에 대해 적어도 대여섯 편은 쓰면, 쓰는 과정에서 연구사에 빈 곳이 보이고, 새로운 자료가 눈에 다가오고, 새롭게 읽는 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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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선생의 『윤동주 연구 - 실존의식과 서지자료를 중심으로』( 도서출판 역락 )는 널리 알리고 싶은 연구서다. 기존에 나온 연구사를 모두 섭렵하고 자기만의 시각에서 새로 윤동주를 확장시켜 연구한 업적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883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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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윤동주 시인의 시를 실존의식, 특히 키에르케고르가 제시한 실존의 3단계를 잣대로 풀어쓴 연구다. 연구자의 논의를 다시 비평하는 또다른 차이를 통해 깨닫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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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김교신, 함석헌, 본회퍼 등 역사관 성경관과 비교한 부분이 눈에 든다. 더 깊이 개별 비교 연구해도 될만치 풍성한 차이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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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윤동주 시가 실린 『어린이』 『아이생활』 『숭실활천』 『가톨릭소년』 『조선일보』 『소년』 『문우』 등을 분석한 제2부 서지자료 연구는 이번 연구서에서 학술적 기여도가 가장 높은 부분이다. 중요한 사진 자료들이 조금 작게 나와 아쉽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은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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