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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기술 - 행복한 내인생을 위한
김흥섭 지음 / 행복한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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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복한 내 인생을 위한 기록의 기술>


책의 아랫부분을 감싼 오렌지색 띠에는 나를 기록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기록이 진정한 자기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점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문득,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성공은 무엇이며, 그 성공이 분명한 행복을 약속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혀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이 책을 다 보는 데 십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개인적으로 속독이 습관이 되어 더욱 짧은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참동안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느라 정신을 못차렸다.
이 책이 과연 기록의 기술에 관한 책이 맞는걸까?
저자는 그의 책의 대부분을 독자의 몫으로 떠넘긴다.
애초에 이 책이 쓰여진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펼쳐든 독자로서 이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가를 고백해야겠다.
물론 처음부터 시중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노트 필기, 메모, 정리 요령 등을 다루는 책들과는 다를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대뜸 유언장 작성하는 법부터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을 읽고 있자니, 살아갈 날이 창창한 젊은이로서 괜히 신경질이 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도 내일 당장 죽음의 천사가 나를 찾아온다면 뭐 하나 준비된 게 없어 더 살아야겠다고 떼를 쓸 내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랬다. 이 책은 말 그래도 '나를 기록하는 책'이었다.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이로든 내 존재의 증거가 되는 기록.
 

텅 빈 페이지들을 보고 있자니, 한없이 답답해진다. 과거의 일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소용돌이쳐온다. 삼십대의 문턱에서 나는 무엇 하나 이뤄놓은 것이 없다며 여전히 조바심을 내며 살고 있다. 공부한답시고 내 삶의 동선을 최소화했던 탓일까. 무엇을 적어야 할지,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어려운 숙제 같다. 하기 싫은 숙제 같다. 그래도 나는 이 숙제를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기록하는 책'은 분명 도전해 볼만한 프로젝트다.

 제목에 포함된 '기술'이라는 단어 때문에 특정 방법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실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 대한 기록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잡히는 사람들에겐 적당한 프레임을 안내해주는 책이다. 그런 점을 든다면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할 수 있다.
그리고 노파심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매우 어린 친구들보다는 20대 이상은 되어야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덜 당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예시하고 있는 페이지들을 참고해서 나의 책을 새롭게 만들어 볼 작정이다.(책 크기가 아주 작은 것은 아니지만, 쓰려는 것을 다 쓰기 위해서는 공간의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
과거의 기록들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고, 오늘의 기록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늘 상기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내일... 꿈의 기록들은 늘 나로 하여금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할 것이다.
어느 순간 이 기록이 삶의 습관이 되면, 미래는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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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아름다움 - 나와 다른 당신이 왜 소중한가
구본형.이우일 외 지음 / 고즈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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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같아질 필요가 있을까?(68p.)
 

<다름의 아름다움 ; 나와 다른 당신이 왜 소중한가>는 작고 예쁜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연필을 들어 밑줄을 그었다.

밑줄 그은 것들 중 나누고 싶은 구절을 몇 개 옮겨보겠다.                   


*( )는 쪽수입니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빛을 발한다. 생명공동체가 늘 평화로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49)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기도 했다. 이미 스스로를 규정해 버린 사람은 다름에 대해 완고하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함으로써 배타적이고 교조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63)

우리가 같아질 필요가 있을까? 이미 인류는 생물학적인 유사성으로 똘똘 뭉쳐 있다. 거기에 문화적 동질성까지 공유하다 보면 한국인들은 또 그 속에서 더 비슷한 유사성으로 고착된다. 우리에게 남은 이질성과 차별성은 이미 별로 자유로운 공간을 남겨 두지 않는다. 따라서 한 개체가 가지고 있는 상이성을 견디지 못하고 배척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치명적 실수이기도 하다. 우리는 상이성을 서로 찾아 주고 그 상이성에 감탄하고 그 다름에 경이로워할 수 있어야 한다.(69)

 배움은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고, 현명함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뱉어 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다양한 세상, 그것은 여러 색으로 어울려 활짝 핀 아름다움이다.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꽃들이 어울려 흐드러지게 피기 때문이다. 자신의 꽃을 피워라. 그리고 다른 꽃들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라.(69)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호오의 감정 역시 이러한 우연적인 경험들의 집적에 의해 맹목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면, 인간이란 얼마나 우매하고 부자유한 동물인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류가 앞으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 자주 만나고 접촉하는 수밖에 없다.(101)

나는 그를 통해 알게 되었어.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다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우린 다르기 때문에 친구가 되었어.(125)


이 책은 '나는 다양한 것 중 하나(137)'이므로 '행복을 위한 차이의 인정(150)'을 통해 '서로 다른 것들의 "풍요로운 세상"(159)'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다름을 인정하는 것만큼 '더 많은 축복, 더 큰 공부(165)'는 없다는 확신이 든다. 

대학 학부시절, 닮고 싶은 교수님이 한 분 있었다. 나름대로 세상을 안다고 여겼던 나는 그 교수님께서 강의시간 틈틈이 곁들였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꽤 많은 감명을 받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위 대학물 먹고 지성인 행세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교수님의 탄식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의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지성인이 되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할 정도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더랬다. 
 
하루에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나와 다른 것들을 생각한다. 그것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나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평화를 위해 (심지어) 나와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비슷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틈에서도 그들이 나와 매우 다른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어한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려는 나의 몸부림은 가끔 가식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가끔 가엾다.

다윈핀치라 이름지어진 새의 모습이 비슷해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나날이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닮은 무리들의 집단 속에서 여전히 우리와 다른 집단을 핍박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다름'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세상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이 또 있을까.

이 책의 네 번째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바로 '절망의 이야기'다.  '다름'이 학살당한 역사다. 1931년 중국인 배척 폭동사건의 전말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려온다.
사실 이렇게 가슴 아픈 사건들은 여전히 숱하게 일어난다.
오늘만 해도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도 모르게 속으로 나무라고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이 매우 부끄러워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노력도 않고, 기대도 않으며, 그 어떤 희망도 품지 않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늘 반성하고, 늘 스스로를 격려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당신'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기로 하자.


"우리가 같아질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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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 1
이민정 지음 / 김영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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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신과 내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


욕쟁이 할머니와 괴팍한 할아버지, 너그러움이라던가 자상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조부모와 함께 자랐던 어린 시절. 그 시절 불행하다는 느낌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버지도 그런 부모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내가 작은 잘못이라도 저질렀다 치면 큰소리로 꾸중을 하고, 욕지기를 내뱉었다. 식사시간에는 여느 집처럼 가족들의 정다운 대화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모두 늘 화가 나있었고, 상대방들을 비난하기 바빴다. 집안 형편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전형적인 성난 시어머니의 역을 맡았던 할머니의 세상에 대한 원망이 수그러들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집안 분위기 속에서 어렸던 나는 늘 주눅이 들어 있었고,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목소리는 자꾸 기어 들어갔고, 주위 사람들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질 못해 다그침을 받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상처는 나날이 깊어갔다.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듣고 자라지 못한 내가 사랑하는 법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법을 늦게 배운 것은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행복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보통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었고,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주인공을 믿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말로 멘토라고나 할까. 내게도 세상이 따뜻하고, 내 자신이 귀한 존재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적잖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나는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어주려고 노력했으며 그만큼 내 인생이 풍요롭고 행복해졌다는 것을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독서를 통해 삶이 변하고, 마음이 성장한 숱한 사례들 중 나라는 사람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거라 믿는다. 그리고 책읽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이야기하기, 말하기의 기술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실천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십년이상을 곱지 않은 말들로 상처를 받아온 나같은 사람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칼같은 말들 때문에 난감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들 속에서 나 자신을 정당화하고 방어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법이라 믿어온 세월 탓일지도 모른다. 학비 마련 때문에 시작했던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이런 나를 되돌아보는 큰 계기가 되었다. 몇 년동안 나의 화법을 다듬어보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학부시절 교육학이니 상담 관련 강의들을 챙겨듣고, 교육실습과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고질병같은 습관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I-message, Do-message라던가, 공감과 수용의 말하기를 연습하면서 나는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스스로를 대견해하곤 했다. 그러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오해한 채 그 상처를 애써 견디며 살아가는 가를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아이들이 말이다.

이제야 책 이야기를 한다.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따뜻한 노력'을 이야기하는 책이다(물론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순수한 의미에서 '사례집'이다). 나는 이 책이 현재 부모인 사람들 또는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명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 주위 사람들의 이름을 그대로 가진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매우 구체적으로 그들이 처한 상황들을 보여 준다.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우리도 똑같은 입모양으로 따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늘 들어 왔고, 입밖에 내어 왔던 소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그들처럼 우리도 마음이 먹먹해지게 된다. 짧은 시간안에 이렇게 많은 사연들을 한번에 접하는 것에 어느 정도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나에게 또는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례들는 부모와 자녀 관계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여기에 나와 친구, 나와 고객, 나와 가족, 나와 동료 등 나와 관련된 대부분의 관계를 대입해 볼 수 있다. 

 
책장은 가볍게 넘길 수 있었지만, 마음은 때때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1권을 다 읽고 난 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내 짝꿍, 남편을 돌아보았다. 서로에게 애교있게 굴다가 사소한 일로 툴툴거리고 있던 차였다. 나는 2권을 마저 읽을 테니 1권을 꼭 읽기로 기어이 약속을 받아냈다. 우리는 어제보다 서로에게 더 따뜻한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넘치는 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가는 고민만 한다고 그 답이 구해지지 않는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실천했는지- 사랑한다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된 이웃들의 집을 조심스럽게 방문해보자.

(어쩌다 보니 책 이야기가 저의 이야기보다 짧아진 감이 있지만, 이런 류의 책은 소장 가치라던가 내용의 깊이, 가격대비 만족도니 이런 것들을 전혀 따질 필요없이 우리가 알고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권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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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 목적으로 이끄는 독서의 기술
이희석 지음 / 고즈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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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북코스모스(www.bookcosmos.com)에서 제작한 요약본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나 역시 읽을 책을 선정할 때 본인의 흥미와 관심을 전제로 요약본, 서평 등을 참고한다. 여유가 있을 때는 서점에 직접 들러 대충 내용을 훑어보고 구입을 결정할 정도로 신중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와 같은 실용서는 구입해서 읽지 않는 편이다. 소장 가치를 따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류의 책들은 도서관이나 대여점을 통해 한 번 읽고 말거나, 이미 이 책을 읽은 이들의 메모를 참고하는 정도에서 그치곤 한다. 이렇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는 이유는 나름대로 독서의 기준과 과정을 지키는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어떤 영화는 예고편만 봐도 다 본 것이라고 한다. '엑기스'는 예고편에 다 녹아 있기 마련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것이 전부인 경우다. 비슷하게, 요약본이라는 것도 그 내용이 전부인 경우가 더러 있어 다음 단계의 실천을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나름대로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뚜렷한 사람들에게 이것은 분명 길잡이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의 요약본을 읽고 난 뒤, 이 책을 제대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것저것 시장바구니에 물건 담듯 잡다한 방법론들을 건질 수 있는 장르의 책일거라고 예상했고, 나는 그것들이 궁금해졌던 것이다.
제목처럼 이것은 독서의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깊이가 없는 책, 누구나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 수 있는 책일 수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기대하며 읽는 책이 분명 아닌 것이다.

 

 

소감부터 말하면 매우 만족스러웠다.
나는 이 책을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이동하는 중에 짬짬이 읽긴 했지만, 읽는데 총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정독을 원칙으로 한다는 저자도 자신의 책을 정독하라고 권하진 않을 것이다.
본문 편집상태나 내용 전개가 얼른 읽기에 매우 편한 책이었다.
인상깊은 독서 명언들과 다시 읽고 싶거나 또는 읽어 보고 싶어진 책들의 목록, 독서를 통해 이룰 수 있었던 변화의 이야기들, 독서를 즐길 줄 알아도 놓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사색 등 만물상에 다녀온 것처럼 적당히 풍족했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독서를 통한 변화의 힘을 믿지만, 이를 권하고 싶은 주변 사람들 모두를 설득하기엔 늘 역량 부족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수단이 될거라고 믿는다. 독서에 관한 기술을 담은 책, 책에 대한 책들을 지나치지 않는 나에게 사실 그동안 읽어 온 책들은 다른 이들의 구미를 당길 만큼 쉽지 않아 섣불리 권할 수가 없었다. 물론 어떤 책들은 너무 쉽게 쓰여져 논할 가치가 없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무난할 것 같다. 내가 독서를 통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간단하게 말할 순 있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꾸준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만한 지침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의 경험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그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독서지도라던가 문학치료에 관심이 많다 보니 책을 통해 길을 발견하고, 책을 통해 치유와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늘 끌린다. 나는 그런 관점을 내내 유지하며 이 책을 읽었다.
지하철안에서는 앉은 자리 맞은 편의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그가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궁금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안에서는, 책장을 펼쳤다 덮었다 하며 바다와 닮은 하늘에 뜬 새하얀 구름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독서의 기술들은 차례와 책의 상세정보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나 역시 '주관적 독서(56p.)'를 했고,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를 쓰고 있다. 책의 내용을 다시 소개하고, 분석하기보다 그저 내 느낌 가는대로 쓰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앞뒤가 안맞는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에 메모를 하고, 나만의 차례를 만들고. 늘 기억하고 싶은 독서 명언도 따로 챙겨두고, 다음에 구입할 책들도 몇권 정해뒀다. 앞으로 두고두고 도움받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주소도 확인하며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래서 나의 독서는 이번에도 성공이다!

 

 

늘 성공하는 독서(본문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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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 아트가이드 (Art Guide) 6
권오숙 지음 / 예경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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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셰익스피어 희곡 안내서

 

학부시절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셰익스피어' 강좌는 당연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을 원서로 읽어야 하거나 (쓰여진) 당대의 표현들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 만만찮다는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그 수업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두려움이 컸지만, 어쨌거나 도전의 가치가 있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막연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 하나하나를 짚어보기에 한 학기는 너무 짧기만 했다. 사실 햄릿과 그의 독백, 고어표현과 씨름하느라 한 학기가 다 가버렸다. 이후 '영미희곡' 수업도 챙겨듣고, 그 외의 영문학 수업들을 통해 셰익스피어를 만났지만 갈증은 여전했다. 사실, 셰익스피어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의 작품을 영화한 것들을 챙겨보거나 영문학 개론이나 간단하게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정리한 요약집 등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시 기회가 있겠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어오던 차,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를 만났다.

 



 

분량 440여페이지, 표지그림이 꽤 멋스러운 양장, 고급스러운 종이질, 깔끔한 본문편집, 양호한 그림인쇄상태 등 나무랄 데가 거의 없는 멋진 책이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만족감이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의 희곡 37편 모두를 볼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감에 선택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못했다. 진수성찬을 다 소화시킨 기분이랄까.

 

이 책은 내가 익히 알고 있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그 내용을 제대로 알게 된 희곡들 그리고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들을 짚어주고 있었다. 차례를 보아 알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은 비극, 사극, 희극 순으로 전개된다. 지은이는 각각 작품의 개요, 주요 플롯, 감상 point, 그리고 그 작품을 주제로 한 명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의 줄거리와 인상깊은 대사들 정도가 정리되어 있는데, 앞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제대로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감상 Point'가 제시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영문학 공부를 통해 익숙한 관점들도 많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알고 작품을 보면 흥미와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괜찮은 번역서들이 많아지긴 했어도 셰익스피어 희곡은 원전으로 읽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모든 작품을 단번에 다 읽어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당분간은 이렇게 그의 작품을 맛보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었다. 더불어 명화를 통해 다양한 미술 양식과 회화기법 등에 대한 상식도 알게 되고,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물들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가를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덧.
다른 분이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이렇게 고급스러운 책에 책갈피끈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대충 곁에 있는 책갈피를 사용하긴 했지만 ^^;) 그리고 그림색인도 있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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