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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한 장처럼 -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
이해인 지음, 오리여인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평점 :

몇 일 전 인사동에 갔다가 근처 서점에서 발견한 '꽃잎 한 장처럼' 이라는 책.

예전엔 그렇게 자주 왔던 인사동 거리를 일년만에 찾아와 생각없이 한 참 걷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한 감정들이, 당연한 생각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 버렸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이런 책들이 참 많았는데...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순수하고, 편안하고, 따듯하고, 아름답게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대체 다들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모르겠다.
대형서점을 두 번이나 돌면서 진열된 수많은 책들을 봤지만
다들 내가 잘되기 위해, 이기기 위해 필요한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유명한 고전이나 힐링관련 책들도 있었지만 순수한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짜잔! 내가 널 위해 이런 것들(힐링을! 치유를! 위로를! 자존감을!)을 준비했어"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꽃잎 한 장처럼이라는 책은 참 귀하다.
첫 서원을 한 지 54년, 만77세라는 해인 수녀님의 시간은, 빠르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한 발 떨어져 꽃 잎 한장의 소중함을 간직한채로 오래된 사람들에게서 이어져 내려오는 따듯한 마음의 유산을 간직한 채로 이 책에 고스란히 흐르고 있다.


화려한 언변과 멋드러진 시의 기교의 고물을 올리지 않고, 삶의 순간순간들을 새벽이슬처럼 모아 맑은 마음의 필터로 걸러 쪄낸 누룩 없는 떡 같다.
네이버를 검색해야할 만큼 어려운 말도 없고, 저자의 생각이 뭔지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읽히는 책이라서 참 좋다.

얼핏보면 단순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이 전해지는 오리여인님의 일러스트도 책의 내용과 참 잘어울린다.(이런 디자인이 오히려 어렵기도 하고)


양장판의 단단한 겉껍질 안 쪽으로 꽃잎이 찢어지지 않게 한 장 한장 포개져 놓여 있는 듯한 책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고, 또 누군가는 희망의 메세지를 받고, 또 어떤 이는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거나 나처럼 지나온 삶을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감정, 다른 생각이 들겠지만 읽고나면 나처럼 가슴 한가운데에 따듯한 주먹만한 물방울이 생기고 그 뭉클함이 오래오래 지속될 것 같은 책이다.

참고로 이 책에 담긴 시와 글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쓴 글들이고 이해인 수녀님의 시편지들과 함께 기도문을 포함한 일기노트도 수록되어 있다. 일간지에 연재한 내용도 있으나 미발표한 글들이 더 많으니 종교적인 부분을 떠나서, 평생 한 길을 걸어온 이의 마음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