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1. 미술품 거래의 어두운 면(예: 위작)을 다룬 소설을 보고 싶은 분들.
2. 공이 매력적이고 수가 공한테 매달리는 걸 보고 싶은 분들(그렇다고 공이 수한테 져주지 않는 건 아님. 수 한정 다정공입니다).
3. 사건물, 시리어스물, 복수물, 애증, 추리/스릴러물 좋아하시는 분들.
4. 흔치 않은 시점(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제한적 전지적 작가 시점 등. 이 소설은 '제한적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였어요)의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5. 공과 수가 핑퐁 대화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
6. 설명글 읽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
위 여섯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되는 분들은 프라우스 피아 구매를 추천드립니다. 좋아하는 조건도 있지만 다른 조건이 지뢰이신 분은 리디북스에서 프라우스 피아를 기다리면 무료로 읽어보시고 구매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 저는 어느 조건 좋아하냐고요? 1번, 3번, 4번, 5번, 6번이요. 2번도 싫지 않아요ㅋㅋ
읽은 계기: 고급스럽고 엄숙한 분위기의 표지랑 제목에 홀려서 리디북스 연재시절부터 달리고 말았어요. 소설 분위기도 표지랑 제목에 찰떡같이 어울립니다. 제목 지으신 이젠님과 표지 디자인한 분께 찬사를 드려요.
읽으면서: 첫 화부터 제 취향에 꼭 맞았어요. 위에서 설명했듯이 사건물, 시리어스물, 복수물, 애증 좋아하고 특이한 시점 성애자에다 설정 덕후, 설명글 덕후에 미술품 현대미술 위작 쪽에 관심있는 비엘러라서요. 처음에 이 소설 접했을 때 BL의 신이나 미술의 신이 절 위해 작가님께 영감을 내려서 이 소설 쓰게 만든 건가 망상했을 정도로 제게 단비같은 소설이었어요. 그도 그럴게 내가 좋아하는 장르, 시점, 소재가 소설을 통해 삼위일체로 현신했으니까요. 현생에 치여서 미술 쪽 관심을 잠시 접었는데 이 소설 보고 식었던 관심이 다시 불타올라서 위작이랑 미술품 거래 관련 서적 다시 뒤져봤어요ㅋㅋ 작가님.. 이 소설 쓸 때 참고한 자료 좀 알려주세요. 감상하고 싶어요(애원).
초반에 등장인물들이 좀 많고 설정도 제법 붙어있어서 초반 줄거리를 머릿속에 정리하는 데 애먹었지만 리디북스 '[연재] 프라우스 피아'의 책소개 부분이 소설 발단 부분을 굉장히 잘 서술해서 읽자마자 초반 줄거리가 정리됐어요. 혹시 1권 읽고 취향에 잘 맞지만 줄거리 정리가 잘 안 돼서 걱정되시는 분들은 리디북스에 들어가서 '[연재] 프라우스 피아'의 책소개를 한 번 읽어보세요. 싹 정리될 거예요.
(독자들과 함께 통수당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기에 초장부터 진실을 다 알진 못하지만 독자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설명해야할 의무를 타고난 사람이기에 독자들의 평균 수준보다 약간 더 똑똑한) 주인수 서정의 시야로 서술되기에 서정의 속마음과 생각들은 다 알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진의는 알 수 없습니다. 정의 추측으로만 짐작할 수밖에 없어요. 이 점 때문에 공이 굉장히 비밀스럽고 신비해보이며, 공을 포함한 다른 사림들이 통수칠 때 서정이 느끼는 감정을 독자들도 고스란히 느끼죠. 이를테면 배신감이라든가. 맞아요 추리/스릴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죠. 은근 중독성 있어서 이 감정 느끼려고 추리/스릴러물, 반전물 보는 사람들 있죠? 그 분들은 어서 이 책 구매하시길(주체할 수 없는 홍보 심리ㅋㅋ).
처음 소설 읽을 때 정 초능력(위작 판별)의 모티브가 버나드 베런슨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님 덕에 미술에 관해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어쩌면 미학 용어 '아우라'에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닐까 가설을 수정했어요. 아우라는 미학에선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하며, 복제품엔 아우라가 없다고 보거든요. 위작에겐 그 어떤 색도 보지 못하는 정의 초능력은 여기서 탄생한 게 아닐까요?
불호평에 '없어도 이해에 문제없고 궁금하지 않은 정보들을 많이 써놨다'는데 저는 설명글 같은 거 좋아하고 잘 읽는 타입(역사 덕후, 설정 덕후이기도 함)이어선지 작가님이 TMI를 뿌린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아 목차 6에서 크루즈 크기 묘사할 때 딱 한 번 설명이 과하단
생각했어요ㅎㅎ
아쉬운 점은 전개랑 위기 각각 한 부분씩 늘어져서 지루하다고 느낀 구간이 있다는 점 정도요. 다만 기다리면 무료로 하루에 한 화 분량만 봐서 그렇게 느낀 걸지도 몰라요. 알라딘에서 단행본으로 읽어봤을 땐 늘어진다는 느낌 안 받고 계속 다음 페이지를 눌렀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리디북스에서 연재버전보다 단행본 버전 별점이 더 높은 이유가 이거 때문일지도? 메이옌의 불행한 가정사가 작품에 꼭 필요했었나 의문이 들었지만 작가님이 메이옌 분량을 적당선에서 끊었고, 메이옌 역시 정과 이안처럼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는 자식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불쾌할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안쓰럽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도. 정반대의 성격과 가치관을 지닌 공수가 할 말 다 하는 성격이라서 둘의 대화를 읽다 내가 피로해지곤 했지만 그만큼 긴장감과 재미도 있었어요.
캐릭터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전 공수 둘 다 좋았고 조연들도 악역(프라우스 피아 독자들이라면 다 아는 그 네 명) 빼고 다 좋았어요. 서정은 소시민적인 성격이라 적당히 찌질하고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이기적인 사람인데 사랑하는 사람 한정으로 자기 가치관과 성격의 틀을 깨기도 한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어요. 이전 애인들한테는 쿨했지만 공한테만큼은 매달리는 게 쬐금 불쌍하면서 귀엽기도 했고요. 뭐 이안한테 우리 아빠의 추한 비밀 덮어달란 말을 뱉은 대가라고 생각하렵니다ㅋㅋ 이안은 불우한 과거가 있음에도 뛰어난 재능과 피땀나는 노력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는 점, '복수는 차갑게'를 충실히 이행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안이 BL이 아니라 판무 캐릭터였다면 올해의 인생 남주로 뽑았을지도? 가끔 열받게 말해서 독자들과 서정을 빡치게 만들 때 빼면 좋아요. 그외에 이안처럼 뻔뻔하고 당당한 케이트, 미술품에 환장하는 정의파 드록도 호감형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외전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요. 외전 달달해요 달달물도 좋아하는 저는 기뻐서 눈물을 흘렸어요. 너무 다른 둘 사이에 갈등이 일었을 땐 열받았고 둘이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을 땐 가슴 아리기도 하고 개그 투척할 땐 웃겼는데 끝은 아주 진하고 여운이 남았어요. 뒷맛 진하고 깊은 사랑. 정이 이안과 돈없는 10대 청소년 꺼내고 나서 이안의 사랑을 깨닫고 달려가는 장면이랑 이안에게 토끼풀 반지 끼워주는 걸 상상하는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그 부분 형광펜으로 밑줄쳤어요ㅎㅎ
이안 평소엔 엄청 냉정하면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낭만적인 타입인 걸 외전에서 호되게 깨닫고 가요. 오히려 정이 사랑에 있어서 현실적인 타입이고. 서로 엄청 다른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기서도 어긋날 줄이야ㅇ0ㅇ
또 의외였던 건 이안이랑 정의 어머니가 죽이 잘 맞는 편이라는 거. 둘이 대화하는 장면 더 보고 싶네요. 장모랑 사위가 대화하는 모습이 이렇게 꿀잼일 줄은ㅋㅋㅋㅋ 정 어머니가 이안 엄청 마음에 들어서 동성결혼 꺼내는 거 진짜 웃겨ㅋㅋㅋ 첫 만남을 상견례로 만들어버리는 정의 어머니.. 로맨스 독자들이 환영하는 타입의 부모로군요 후후
분량 얼마 안 남았길래 웃긴 부분 여기서 끝날 줄 알고 방심했더니 마지막에 토끼풀 반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안 손가락에 담배랑 토끼풀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이런 생각 도대체 어떻게 떠올리는 거예요?
작가님께 하고 싶은 말은 있다면? 잘 봤어요 외전 더 주세요. 이안이 토끼풀 반지 낀 채로 담배 피우는 거 정이 동영상으로 남겨줬으면 좋겠고 이안과 정이 상담 클리닉 가는 것도 보고 싶고 이안 시점의 외전도 보고 싶고 케이트랑 메이옌 후일담도 보고 싶어요!!!!!!!
+6권에서 케이트가 신호등 바뀌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신호가 바뀐 장면 소름돋았어요. 케이트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이안이 정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정의 마음은 이미 바뀐 거랑 오버랩돼서(이런 걸 미장센이라고 부르던가?). 전 이런 장치 되게 좋아하거든요. 이 장면 말고도 소설 곳곳에 장치가 깔려있어서 그 장면들 찾아 책갈피 끼우고 있어요♡
++읽은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본편 엔딩이랑 외전 엔딩 여운이 크네요 또 재탕하고 싶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