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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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인문학 도서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딱딱하고 어려운 문장이 싫었다. 개중에서도 특히 사회 정치나 역사 쪽은 무지하다싶을 만큼 전혀 흥미가 없었다. 물리나 천문학은 더 그랬다. 문학은 좋아하지만 그 외의 분야엔 눈길이 영 가지 않았다. 나는 원론적으로 쉽게 쓴 책을 좋아한다. 유려한 문장이나 어려운 단어가 나오는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하는 리듬감 있는 문체를 나는 선호하고, 지향한다. 마광수 교수가 말하는 알기 쉽게 쓴 글이 나는 좋다. 읽기 거북한 글은 볼 때마다 토악질이 난다. 이를테면 함축이 없는 중구난방의 글이 싫다는 거다. 그런 나에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문장 하나하나가 그런 편견을 버리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로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이었다. 책에 발을 들인 순간 역사적 사실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작가 개인의 생각이 오밀조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느껴졌다. 베스트 셀러가 베스트 셀러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나는 사피엔스를 통해 인문학 도서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그것은 자명 중대한 사실이었다.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담임선생님이 역사는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학문이다.’라고 말하신 적이 있었다. 기억하기로는 중대한 선언이라도 하듯 사뭇 진지한 태도였다. 서울권 대학의 역사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는 그 선생님은 그 말을 미처 우리가 이해하기도 전에 수업을 후딱 마무리 짓고 반을 떠났다. 아이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깨나 괜찮은 역사 선생을 만난 것 같다는 반응이 반, 허세로 점철된 낭설을 퍼뜨리는 괴짜라는 반응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명확히 나뉘는 가운데 나는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다. 물론 내 생각은 전자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동안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명언인 것 마냥 외고 다녔다. 아직도 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면 종종 선생님이 하신 그 잠언이 떠오른다. ‘역사는 왜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학문이다.’ 아마 잔존기억으로써 뇌리에 박힌 것만 같다. 사피엔스를 읽을 때도 그 기억이 부활하는 것을 나는 느꼈다.

사피엔스는 인류 문명에 대한 대서사시이다. 그렇게 표현하는 게 보다 적확하겠다. 유발 하라리는 과거와 미래를 통째로 다룬다. 과일을 따먹고 유목 생활을 하던 수렵채집인이었던 인류부터 시작해 반도체를 레고 블록 만지듯 다루는 현대 사회의 인류까지 인간의 역사를 전 분야에 걸쳐 탐구한다. 10만 년 전 지구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이상의 종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호모 사피엔스 하나뿐이다. 네안데르탈인 같은 다른 종들은 인류의 배타성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은 우세종만이 문명을 이룩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분명 우리도 그들의 후예이다. 우리는 결코 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생존 경쟁에서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첫 장에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아주 친절한 언어로 설명한다. 보다 알기 쉽게 농경 사회와 인지혁명에 대해 서술한다. 언어의 탄생과 문화의 존립, 그리고 신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회한, 그에 따른 유발 하라리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과거사를 논하는 두 번째 장에선 역사엔 정의가 없다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다소 경각심이 드는 말이다. 마치 인류가 지내온 역사를 부정하는 것 같기만 하다. 물론 사회는 과거보다 도덕적으로 성숙했다. 그렇지만 아직 수많은 갈등들이 사회 내면에 너저분히 어질러져 있다. 더욱이 소수자의 인권이 인정받는 현대 사회에서 혐오와 범죄는 사회의 크나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의 적절하게도 이 책은 젠더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가부장제의 폐제와 함께 북상하는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되도록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현대 사회에서 혐오가 어떻게 조장되는지, 그 인과관계를 증명해낸다. 여기서 유발 하라리는 상상 속의 위계질서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상상 속의 위계질서는 말 그대로 실재하지 않는 위계질서이다. 그것은 인도의 카스트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혹은 국가와 국가 간에 그것은 눈에 띄지 않게 잠복해 있다. 위계질서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라리는 주장한다. 예를 들면 코카서스(백인)인종이 니그로(흑인)인종보다 우월하다는 사회적 편견은 그렇게 생각하도록 어렸을 적부터 강요되어 왔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실제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백인은 흑인보다 잘난 인종이 아니다. 유라시아 문명이 다른 문명을 지배한 이유 역시 유라시아 인종의 지적, 도덕적, 유전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지리적 문화적 차이 탓이다. 유발 하라리는 그런 사회 속의 인과를 비교적 뚜렷하게 증명해냈다. 방대한 자료 수집과 하라리 자신의 유연한 사고가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그런 출중한 견해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챕터를 넘기면 넘길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내용뿐이다. 이런 면에서 진화의 바다를 항해하는 인류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라리는 그런 부분에서 뛰어난 역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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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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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정치외교학과를 꿈꿨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에게 매우 익숙한 책이다.

생기부에 넣을 독서를 고르면서 대충 책을 훑어만 봤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책 표지에 평화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에게 추천한다고 나와있어서

이 책을 읽을 시기를 놓쳐버린 건 아닌지 고민했지만

입시나 책을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제대로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의 작가는 국제분쟁 PD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졌다.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전쟁 지역을 취재하며 많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한다.

작가가 책을 쓴 계기는 나의 상황과도 잘 닿아있다고 느꼈다.

우연히 한국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국제정세보다는

입시와 수능에 관심이 많은 모습을 보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13장까지 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한 이야기들이고,

뉴스나 교과서에서 조금 딱딱하게 다뤄왔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재밌게 알아갈 수 있다.

이번 서평에서는 책의 내용이나 상세한 정보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대학생들이 국제문제에 대해 가져야 할 관점을 중심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평소 많이 접해봤던 이라크와 시에라리온 등 자원으로 인한 분쟁과 소말리아의 분쟁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피상적으로 몇 가지 단편적인 지식들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라크는 풍부한 석유자원으로 인해 큰 전쟁을 겪었다.

이라크는 이란과 함께 시아파 국민이 많은 나라인데, 이란과는 8년에 걸친 전쟁을 치러서 사이가 매우 나쁘다. 걸프전, 9.11테러 후 미국과의 전쟁, IS의 전쟁 등 수 차례 전쟁을 치렀다.

, 이 챕터 뿐 아니라 책의 전반적인 내용에서 느낀 점이지만

전쟁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빼앗아가는 끔찍한 일이다.

죽음, 부상 등 눈에 보이는 상처를 만들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다치게 한다.

 

, 책의 말미에서는 절망의 땅에 희망을 심는 국제 구호 단체들에 대해 소개한다. 여전히 세계의 반은 굶주리고 있고, 많은 지역에서 위태로운 삶들일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는 생명을 살리는 희망 될 수 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개인적인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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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힘이 될 때 - 깊고 단단한 나를 위한 인생 강의
천궈 지음, 고상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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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구절도 있었다.

나는 '고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름의 결론 또한 내릴 수 있었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담겨있다.

7장 중에서 인상깊었던 몇 가지 부분을 인용하며,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많이 느꼈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고,

카톡 대화창에는 항상 여러 명의 친구들과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주말이면 집 근처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이 즐겁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거라고 느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고, 1학기가 다 끝난 지금

나는 혼자 있는 것에, 외로움에 익숙해졌고

그 외로움의 시간을 고독의 시간으로 전환할 줄도 알게 되었다.

작가는 '고독'이 결코 외롭고 힘든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나도 이에 적극 동의한다.

종강 하기 전에 내가 세운 방학 목표 중 하나는

나에 대해 좀 더 잘 알아가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일단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나를 좀 더 그럴싸해보이도록 포장하고, 꾸미는 것이 전부였지만,

3년 동안 공부할 전공과,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 지 정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고독'의 시간을 가져보고자한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에서의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단순해보이지만 꽤 많은 뜻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 해는 나에게 굉장히 상징적인 해이다. 20, 바로 어른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어른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멀게만 느껴진다.책에서 어른이란 영혼의 성숙함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한다. 남들이 가진 더 좋은 환경을 부러워하고, 슬프고 화나는 일에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성숙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아직까지는 세상의 울타리 안에 속해있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굳이 나서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을 마주할 그 때에는

지금보다는 확실히 좀 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좋은 어른이 된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부터 하나씩 차곡차곡 책도 읽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아가고자 한다.

 

외로움을 느끼며 혼자가 된 자신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독"이 왜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자책한다.

,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진정한 나의 모습은 뒤로한 채, 성공한 인생을 갈구한다.

나는 누구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떠올리며

책을 통해 나를 포함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다워지는 방법을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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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텅 편집부 엮음 / 마더텅교육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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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도 빠르고 책도 아주 안전하게 잘 도착했어요. 다음에 또 주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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