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었다
이재무 지음 / 열림원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재무 시인의 한 사람이 있었다라는 시집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시를 접했다.

연말이 다가오는 겨울의 문턱에서, 그리고 지금은 어두운 밤, 조용한 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읽는 시집은 잠자고 있던 나의 감정을 깨우는 것을 느꼈다. 시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같은 시라고 읽을 때마다, 그리고 읽는 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하루는 토요일 낮 시간에, 그리고 지금은 평일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읽고 있는데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특히, 나이가 좀 더 들어 읽는 사랑의 시는 예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한 사람이 있었다시집은 4부로 구성되고, 이재무 시인은 어느 시절 전부였던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시작한다. 시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첫사랑, 또는 정말 사랑했던 누군가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며 쓴 글이 다수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물론 모든 시가 그녀와의 사랑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

 

운명2’에서 그 나무는 바닷가에 태어난 이유로 평생 소금을 품은 바람에 시달려야 했다. 나무가 그곳에 태어난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를 읽으면서 내가 태어나 여기까지 살게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생각이 들면서 울컥했다. 여전히 철이 덜 들고 어리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지금까지 살아왔던 날보다 앞으로 살게 될 날이 적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폭발했다. 그리고 한사람1’이란 시에서 최초로 그리움을 심어준 사람, 나를 깊게 만든 사람을 읽으며 나에게 그런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했다. ‘엉엉 웃는다시를 읽으면서는 엉엉 + 웃는다라는 짧은 문구가 지금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병적인 그리움에서는 홋카이도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시로 표현한 것이었는데 나의 홋카이도에서의 철없던 행동과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며 다시금 반성도 하게 되었다.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란 시에 글썽글썽 웃고 있었다.”라는 표현을 읽으며 눈물도 흘렸다. 기념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떠오른 두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그 느낌이 너무 슬퍼서 말이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으며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감정을 깨웠다. 그리고 앞으로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물론 나의 솔직함을 통해 타인을 힘들게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잡한 세상, 복잡하게 감정을 엮지 말고, 좀 더 담백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마지막에 언급한 두 사람시와 같이 함께하고 싶지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게 된 꽤 의미 있는 시간이 된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