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해이 > 시인 도종환과 함께 하는 봄볕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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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나들이라는 따뜻한 이름이 붙은 시낭송회에 다녀왔습니다.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이라는 열린 광장에서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과 흩뿌리는 빗속에서 열리게 된 시낭송회였지만 마음만은 많이 따뜻해지는 행사였습니다.
이익선씨의 깔끔하고 재치있는 진행에, 무대로 올라와 시 한 수쯤은 거뜬히 암송해주시는 관계자분들, 그리고 시노래라는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해준 국악가수 송문선씨, 추운 날씨에도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목관5중주단. 그리고 오늘의 초대시인인 도종환님의 시낭송이 있었습니다.
도종환시인은 책으로만 접하고 직접 뵙는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분이셔서 날씨 때문에 조금은 처질 수 있었던 시낭송회 분위기를 많이 고양시켜 주셨답니다.
시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예삿말 조차도 시어로 들리는 특이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똑같은 일상이 달라보이는 날, 그날이 바로 시가 탄생하는 날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자작시 몇 편과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낭송하셨는데, 비바람 속에서도 가까운 곳에서 시인과 눈을 마주치며 시인의 목소리로 멋진 시를 듣는 기쁨은 다른것에 비할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1시간30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지나고 시낭송회가 끝나면서 아쉽지만 마음만은 세상을 다 얻은듯한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날마다 시를 생각하며 살 순 없지만, 도종환시인의 말씀처럼 매일의 일상이 다르게 보이는 그 어느날, 연필을 들고 공책을 펴서 그때에 느끼는 그 감정을 그대로 적어볼 수만 있다면 나 또한 시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궂은 날씨에 갖게된 봄볕 나들이라는 행사라 아마도 오래 기억에 더 남을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