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8,0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 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없는 들곷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 하던 잔부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욱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재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 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 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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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전봉준- 안도현 시집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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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 엮음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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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전집 2- 산문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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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동

목용통에 얼어붙었던 물이 윗덮개가 조용히 풀리기 시작한. 위의 3분가량에 흥건히 물이 괴어 있고,

얼음의 근심은 소리없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아직도 마당 위에 얼어붙은 먼지에 쌓인 얼음들은요

지부동이지만, 직경 2미터도 안 되는 목욕솥의 해빙이 알려주는 봄의 전조는 새싹을 보는 것보다도 더

반갑다. 새싹이 틀 때 봄을 느끼는 것은 이미 늦은 감이 들고, 가을의 낙엽을 보고 셀리처럼 지나치게 일

찍이 봄을 예고하는 것은 너무 시적이어서 싫고, 그저 남보다 조금 먼저 범인처럼 봄을 느끼는 것

이 자연스러워 좋다.


새싹이 솟고 꽃봉오리가 트는 것도 소리가 없지만, 그보다 더한 침묵의 극치가 해빙의 동작 속에 담겨 있

다. 몸이 저리도록 반가운 침묵. 그것은 지긋지긋하게 조용한 동작 속에 사랑을 영위하는, 동작과 침묵이

일치되는 최고의 동작이다.


가라앉은 얼음을 겨우내 굳어온 근심이라고 생각할 때, 이 불행의 잠수 행위는 희열에 찬 풍자까지 풍

겨주고, 어지러운 현실의 걱정이야 어찌되었든 우선 까닭 모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수독사에 씻어놓

은 저녁쌀이 튀어나올 듯이 하얗게 보이고, 마루에 올라와 난롯가에서 손을 비벼보면 손의 두께까지도

제법 두툼하게 느껴진다.


피가 녹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얼음이 녹는 것이 아니라 피가 녹는 것이다. 그리고 목욕솥 속의 얼음

만이 아닌 한강의 얼음과 바다의 피가 녹는 것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거대한 사랑의 행위의 유일한

방법이 침묵이라고 단정한다.


우리의 38선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빙산의 하나다. 이 강파른 철덩어리를 녹이려면 얼마만한 깊은 사랑

의 불의 조용한 침잠이 필요한가. 그것은 내가 느낀 목욕솥의 용해보다도 더 조용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조용함을 상상할 수 없겠는가. 이것이 다가오는 봄의 나의 촉수요 탐침이다. 이 봄의 과제 앞

에서 나는 나를 잊어버린다. 제일 먼저 녹는 얼음이고 싶고,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철이고 싶다. 제

일 먼저 녹는 철이고 싶고,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얼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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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교양인)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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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지음, 김태희 옮김 / 교양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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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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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깊은 강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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