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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웃긴 남자
이경숙 지음 / 자인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이경숙씨의 [노자를 웃긴 남자]를 제가 아는 어떤 분의 추천을 받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몇년 전 도올 김용옥 님의
[노자와 21세기] 및 TV 강의를 매우 신랄하고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더군요... 지금 150 페이지 가량 읽었습니다...
도올 선생의 오역(誤譯)을 바로잡기 위해서 책을 냈다고 이경숙씨는 서문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습니다. 예컨대, 무위(無爲)를
도올 선생은 '함이 없음'으로 일상 언어로 직역하고 있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하지 않음'(無僞)로 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죠... 무위
개념은 이경숙 씨가 비교적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이경숙 씨조차도 군데 군데 오역과 오자가 눈에 거슬립니다...
과연 노자의 [道德經]을 제대로 읽고서 비판을 하고 있는지 저로서는 의심스럽습니다... 이경숙씨가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므로,
그분의 논리를 저는 철저히 검증하면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물론 평소에 노장사상이나 불교에 관심이 많고, 그 분야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셨다고는 하지만... 너무 노자의 사상을 정치학이나 처세술 정도로 격하시켜서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자의 道 사상은 물론 그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의 亂世)과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분의 철학적인 맥락을
도외시한채 처세술이나 정치사상 쪽으로만 접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김형효 교수님의 [노장사상의 해체적 독법]과 청대 학자인
이식제(李息齊), 한대의 뛰어났지만 요절한 천재 왕필(王弼; 226~249) 등의 주석(註釋)등을 모은 노자익[老子翼]등의 해석을 참고하면
이경숙 씨의 논리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노자의 道는 기본적으로 본체론(本體論) 및 형이상학적인 의미와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