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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일을 모아 너에게 줄게 ㅣ 보통날의 그림책 9
다니엘 살미에리 지음, 민지아 옮김 / 책읽는곰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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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의 앞 면지는 캄캄한 밤이다. 아이가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어둠 같기도 한데, 뒷 면지도 똑같은 밤이다. 그래서 책 전체가 아이가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찰나처럼 느껴진다. 그 짧은 순간 안에 한 사람의 일생이 담겨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죽 한 그릇을 건네기까지, 엄마는 자신의 일생 전부를 통과해 왔다. 찰나의 순간마다 엄마의 모든 매일을 지나온 사랑이 아이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자라왔을 것이다.

책에는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 그림을 따라가는 재미도 크다. 초록색 옷을 입은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지, 현미경을 선물 받은 아이는 커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마지막 장면까지 함께하는 검은 강아지는 언제 어디에서 등장했는지. 이렇게 살펴볼 요소를 바꿔 가며 아이와 책을 앞으로 뒤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여러 번 읽게 된다.

글도 이 그림책의 큰 매력이다. 글만 따로 읽으면 한 편의 시가 된다. 특히 반대되는 표현들이 눈에 띄는데, '푸석한'과 '촉촉한', '단단한'과 '말랑한' 같은 말들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온통 단단하거나 온통 말랑하지 않고, 서로 다른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다른 것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누군가의 매일이 모여 또 다른 누군가의 오늘이 된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받아 온 사랑의 시간이  더욱 감사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나의 매일을 건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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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슬픔 - 자폐 스펙트럼 아이와 엄마의 이상하고 평온한 나날
손설안 지음 / 책과이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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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불안이 거대한 벽처럼 눈앞을 가로막을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그런 날이 더 잦아진 것 같다. 『돌봄과 슬픔』은 어느 날 사고처럼 아이의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작가가 써 내려간 자기 돌봄의 기록이다.

작가는 거대한 벽의 그림자를 '극복'하지 못한다. 여전히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른 채 지나가는 날들을 살아간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보는 그는 무거운 닻을 내린 배처럼 어디로도 자유롭게 떠나지 못한다. 아파서 응급실 병상에 누운 뒤에야 비로소 해방감을 느낄 정도다. 그런 그는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자기 손으로 쌓아 갈 수 있는 것들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건너간다.

책을 읽다 보면 삶이란 그저 수평으로 통과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버둥대고 더 높이 오르려 애쓰기도 하지만 긴 인생에서 보면 그 모두가 작은 요철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행복이 저 높은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심히 우리 곁을 스쳐 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아닌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만을 살 뿐이다. 행복 역시 그 순간 안에 있다. 

📖 막상 당도한 미래는 생각만큼 요란하지 않았다. 아마도 불안하기만 했던 미래와 오늘 사이에 수만 번의 평범한 아침과 저녁이 놓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그 일상에 절여졌고,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서로의 바뀐 보폭에 익숙해졌다. 불투명한 미래는 매일의 사소한 수습을 거치며 어느덧 견딜 만한 생활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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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도둑 ㅣ 빵도둑
시바타 게이코 지음, 황진희 옮김 / 크래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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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도둑(시바타 케이코)

제목부터 빵도둑! 읽고 나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책이다.
내가 마실 커피와 아이가 마실 우유, 그리고 맛있는 빵을 곁들여 읽으면 행복 X 100!!!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건 빵도둑과 빵집 아저씨의 표정이다. 방식은 달라도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얼굴에는 진심 100%의 행복이 가득 묻어난다. 달콤한 빵을 먹는 우리 아이 표정도 꼭 비슷하다 ㅎㅎ

우리 아이는 빵 모양 소파, 테이블, 창문, 시계까지 온통 빵으로 둘러싸인 빵도둑의 집을 특히 좋아했다. "이것도 빵이에요, 이것도 빵이에요!" 하며 기리키는데, 내가 손가락으로 콕 집어 먹는 시늉을 해주면, 선이는 빵빵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나도 웃고!

나는 책의 후반부, 빵집 아저씨의 스카우트 능력에 감탄했다 ㅎㅎ 빵도둑의 잠재능력을 알아보고 기회를 주는 어른의 모습이랄까? 요즘 시대에 많아지면 좋을 어른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이 시리지로 나와 있다고 하는데, 다른 책에는 어떤 빵과 이야기가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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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멸망할 거예요 - 보림 창립 50주년 기념 그림책 ㅣ 내일의 책
정진호 지음 / 보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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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를 보면 세상이 참 시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는 늘 어렵다고 하고, 나쁜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의 예의나 배려도 예전보다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이러다 지구가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지구는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 세상이 어수선해도 우리는 오늘 하루를 그럭저럭 잘 살아간다. 기후위기와 인구절벽 시대 속에서 앞을 내다보면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오늘도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작은 웃음을 짓고, 어린아이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 답을 그림책 <지구는 멸망할 거예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하는 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 단순한 진리 앞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그것'.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진 바로 '그것'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불안 앞에서 내일을 희망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세상이 아무리 흔들려도 우리 마음속 '그것'을 잊지 않는다면 지구는,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무사할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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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라면 가게
팬지 지음 / 보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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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가 좋아하는 문어가 주인공인 그림책!
책을 받자마자 아이와 함께 한 번 읽고, 아이가 잠든 뒤엔 혼자 세 번을 더 읽었다.

선이는 문어가 만든 라면이 먹고 싶다고, 그중에서도 '얼얼매콤라면'이 가장 먹고 싶다고 한다.
'눈물, 콧물 쏙 빠지게!' 대목에서 선이가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르겠다 ㅎㅎ
매운 라면을 먹고 불을 뿜는 늑대 장면이 그렇게 웃긴지, 뒤로 넘겼다 다시 넘겼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곳곳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박쥐, 펭귄, 하마, 펠리컨까지,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 친구들이 등장할 때마다 책을 배경으로 나와 아이의 즉석 상황극이 펼쳐졌다. 나는 피곤에 지친 하마 역할이 아주 찰떡이었다.

아이가 잠든 뒤 다시 책을 펼쳤다. 여덟 팔로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러면서 울고 있는 손님을 달래고, 처음 해보는 요리에도 도전하는 문어의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았다.
아이를 돌보면서 정말로 팔이 문어처럼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다.
두 손으로는 아이를 보고, 나머지 손으로 요리하고 청소하고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오히려 더 정신없어지려나? 문어는 그 와중에도 거뜬해 보인다.
난 문어가 될 순 없지만, 그래도 문어가 끓여주는 라면 한 그릇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위한 특제 라면 한 그릇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문어가 끓여준 라면을 먹은 손님처럼, 나도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엔 어느새 활기가 돋아 있다. 활력이 필요한 날, <문어 라면 가게>의 문을 두드리며 아이에게 이렇게 외쳐봐야겠다. "지금 라면 되나요?" 특제 라면을 맛보는 동물 친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되어 기운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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