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김성일 외 지음 / 구픽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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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세상은 종이책이 없는 세상이다. 나는 오디오북이나, 전자책이 가지고 있는 이점들을 인정하기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종이책의 감성을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종이가 가지고 있는 그 연약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 손을 가득 채우는 부피와 무게, 변형된 나무의 냄새가 주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편의성에 취해 전자책으로, 오디오북으로 독서를 하다가도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예상한다. 우리는 책이라는 물질 자체의 매력을, 특성을, 약간의 불편함 마저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책의 미래는 여전히 종이책 그 자체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은 발전하고, 많은 것들이 대체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책의 모습 또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그 모양이, 방식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어 책의 머나먼 미래를 떠올리기엔 역부족이지만 ‘책에 갇히다’의 여덟 작가의 이야기들이 상상의 영역을 확장시켜준 덕분에 나는 책의 새로운 모습들을 생생하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


 책과 서점이라는 하나의 소재로 그렇게나 매력적이고 참신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공상과학이라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하나하나가 개성있고 느낌있었다. 이야기 속에서 그려지는 세계는 디스토피아의 경계에 놓여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책이, 글이 만들어내는 힘은 우리를 그런 세상의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 같았다.


 책이 책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들어갔다 나와보니, 책이라는 물체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은 그냥 지금처럼 그대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언제나 내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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