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곳에서 안전가옥 오리지널 7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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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간을 뒤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할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수도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는 동생과 해외여행을 갔을 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아침 비행기를 타고 포르투갈에서 파리로 가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방을 정리하고 여유롭게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떠날 채비를 한 후에 열쇠를 반납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우리를 맞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는데 그 때가 아주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쇠 상자에 열쇠를 두고 기차를 타기 위해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나는 내 손에 캐리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바보같게도 열쇠를 두고 몸만 빠져나온 것이다. 열쇠도 없고 벨을 눌러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문 앞에 서서 1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겨우겨우 가방을 찾았을 때는 이미 비행기는 떠난 후였다. 2년 전의 일인데도 나는 아직도 문득 그 때의 경험이 떠오른다. 지금은 우스운 해프닝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끊임없이 했었다. 나를 믿고 따라오던 동생에게 미안했고 속상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경희 작가의 '그날, 그곳에서'는 나처럼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서는 시간을 여행하는 일이 가능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계속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의 사연에 비하면 나의 사연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첫 장을 펼친 순간 나는 쉬지않고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어버리고 말았다. 급박하게 몰아치는 이야기는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고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정도로 흡입력 있고 잘 짜여진 재밌는 소설이었다.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학적인 이론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이론들에 대해 쉽게 쓰여진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비극을 없던 일로 만드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비극이 다른 비극을 낳고, 또 다른 비극을 낳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키고 싶은 간절함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슬픈 여행을 계속해서 응원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슬픔과 아픔이 계속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실존하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들인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절망 속을 유유히 유영하는 그들의 슬픈 마음 한 조각을 나눠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여러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여러 번 이 책을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어떤 슬픔은 시간의 바깥에 있습니다.결코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기억 속에 남지요.

4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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