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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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간혹 등장하기도 하는 이들은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존재이다. 

 우리가 그들은 바라보는 시선은 과연 어떨까.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크게 나눠보면 ‘연민’과 ‘불안’, ‘혐오’이다.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동정과 연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 곱지 않은 시선. 하지만 그들이 어떤 계기로 어떤 영향으로 이러한 노동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이토록 편협한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의 목차는 13시부터 12시 30분까지 가상의 인물 윤영자씨의 하루를 쪼갠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하루의 시간동안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나가는 여성 노인의 일과를 통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과 위험요소, 사회구조 등을 분석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잠깐동안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사회적인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 전쟁의 생존자인 현재의 노인들은 수많은 일들을 겪어왔다. 전쟁부터 외환위기, 그리고 급격한 현대화까지. 책에 따르면 ‘사회 보험에서 제외된 처지’(51p)라고 하니 인생에 굴곡이 많은 세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자녀들 뒷바라지까지 하고 난 뒤 그들은 노인이 되었고 생계를 유지하지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도움을 받고 성장한 자녀들은 나이가 든 부모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생계를 유지하지 어려운 이들은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상황 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 국제 정세의 변화 또한 ‘폐지 줍는 노인’을 만들어내는 요소이다. 


“노인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틈을 타 재활용품을 낚아채는 것이다. 즉, “기술적 진보와 기업조직의 변화, (소비자의)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을 사용하는 습관, (불완전한) 도시 당국의 쓰레기 수거 시스템”. 그리고 생산자가 생산품의 처리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상황이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을 존재하게 한다. (92p)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면 더이상 그들은 단순 ‘연민’의 대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65세 부터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결함, 시대적 상황, 소비자와 생산자의 책임 불이행,  재활용품 수입에 관련된 국제적 변수들까지, 그들이 ‘비공식적’ 직업을 얻게 된 것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요소들이 깊숙하게 개입되어있다. 


 나도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택배를 주문했던 것, 팬데믹 상황 이전에도 아무런 고민 없이 주문하던 택배들.. 나 또한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 혼자만 고민하고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들의 가난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함부로 동정의 눈길을 보냈던 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또 일부의 사람들은 그들을 ‘혐오’하는 눈길로 바라볼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처한 위협적 상황들과 사회적 상황, 건강, 심리적 요인 등 다각도에서 가난의 현상을 바라본다면 쉽게 그들을 판단하고 사회적 낙인을 찍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의 눈길을 보내고 함께 고민해 본다면 언젠가는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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