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서 말하기로 -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
캐럴 길리건 지음, 이경미 옮김 / 심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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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 콜버그, 프로이트와 같은 학자들은 ‘심리학’이라는 단어를 바로 떠올리게 하는 심리학의 대가이다. 심리학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학자들, 그들이 심리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학자들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캐럴 길리건은 그들의 이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침묵에서 말하기로’를 집필한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윤리학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돌봄의 윤리’를 여성의 도덕 발달 기준으로 제시하며 인간 발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그가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그들의 연구와 이론에 ‘여성’이 배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에 따르면 여성의 발달과 남성의 발달은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 그들의 “초기 사회화 환경이 다르고 남아와 여아가 이를 다르게 경험하기에 성격의 발달 과정에서도 성별 간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69p) 이렇듯 남여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남성적인 측면에서의 연구는 여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저해시키게 된다.

저자와 다른 학자들은 기존 심리학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여성의 발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데 이 책에 그 과정이 잘 설명되어있다. 그들이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은 아동,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인츠 딜레마’나 임신 중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여성의 도덕 발달이 남성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소극적이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과 이론을 관철시키려 노력하는 작가의 행보가 놀랍다. 특히나 남성주의적 사고방식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그 당시라면 더더욱 어려웠을 연구를 진행하고 새로운 이론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사회적인 분위기에 압도되다 보면, 그 틀에 자신을 맞춰나가려고 하다 보면 분명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작가와 연구자들은 알고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들의 차이가 상보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서로의 차이에서 배울 점을 발견하고 이해하다보면 ‘틀린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을 느끼고 내적인 균열을 경험하고 어떤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그 과정이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이러한 경험이 남성에 초점이 맞춰진 주변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러한 혼란기를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작가의 글에서 큰 위안을 얻었고 다양한 딜레마에 대해 고민해보고 나의 생각을 인터뷰이들의 생각과 비교해보는 과정 또한 즐거웠다. 또한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선 독자에게 보내는 말을 읽으며 왠지 모를 위로를 느꼈다.

"내 주장이 여성과 남성의 본질적 차이를 묻는다거나 우월 정도를 저울질하는 데 인용된다는 말을 들으면 목소리가 소거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질문을 현실과 진실의 인식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아는지, 어떻게 듣는지,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말하는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23p

그들의 연구과정과 다양한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다른지, 발달과정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비전공자임에도 내용을 따라가는데 큰 무리가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서 말한 학자들의 이론을 반박하는 부분이 꽤 나오기 때문에 심리학 용어나 이론들이 낯설 수는 있겠지만 이해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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