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이라는 단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essay 라는 단어와 함께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수필과 에세이는 결을 같이 하는 동일한 문학 장르라고 생각해왔지만 왠지 에세이보다는 수필이 좀 더 문학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러한 나의 어렴풋한 느낌을 명확하게 해 준 것이 이 책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이다. 책은 총 네 개의 큰 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단원부터 세 번째 단원 까지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억들이 담겨져 있는 부분이고 마지막 단원은 ‘수필’이라는 장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작가의 경험과 추억이 담긴 수필들을 읽기만 해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지만 마지막 4부 ‘말과 생각, 수필을 말하다’를 읽고 나면 수필이라는 문학에 대한 오해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것 같다.
작가는 에세이라는 단어의 어원에서부터 시작해 지금 우리가 ‘에세이’라고 부르는 문학들이 어떻게 정착하게 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프랑스 몽테뉴에 의해 생겨난 essais(엣세)에서 시작해 영국 찰스 램을 거쳐 한국의 무명작가 이관희에 의해 ‘창작문예수필’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지금까지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녹여낸 글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의 얄팍한 지식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을 쓴 오덕렬 작가는 수필가이기도 하지만 평생을 학생들을 가르친 교육자이기도 하다. 글을 읽는 내내 ‘수필’에 대한 그의 사랑이 글 곳곳에 묻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부에서부터 3부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간은 ‘고향’이다. 고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어떤 이미지가 나에게는 없다. 나의 고향은 정겹고 푸르른 시골도 아니며 꽤나 어릴 때 이사 갔기 때문에 정작 고향인 서울에서는 별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을 법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나는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