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가 말하는 앨런 한나래 시네마 11
스티그 비에르크만 지음, 이남 옮김 / 한나래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알프레드 히치콕'과 하루종일 함께 해놓고도 돌아오는 길에 내게 남은건 우디알렌이었다. 무려 8시간여에 걸친 히치콕의 영화들을 줄지어 눈에, 마음에 담고 있으면서도 난 그안에서 우디알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그림'의 어원은 '그리움'이라 했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히치콕의 '그림'들에서 그리움이 싹텃던 모양이다. 시작전 평론가 한상준씨의 강의에서도 심심찮게 거론되었었고, 우연찮게 극장에서 할인판매하고 있던 책목록에서 그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처음 우디 알렌을 알게 된건 '카이로의 붉은 장미'였다. 어찌나 온몸을 저리게 하던지, 숨이 차오르고 뇌가 터질 듯하더니 공중으로 붕 뜨는 황홀감을 맛보게 해준 영화였다.
더욱이, purple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지 않던가^^ 그 다음,그의 영화를 찾아서 또는 우연히 만나게 되면 될수록 그가 좋았다. 너무 좋은건 순간의 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법! 그의 영화가 그랬다. 그의 속사포같은 대사들을 다 가지고 싶어 안달인 내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언제나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인다. 첫사랑을 떠올리듯, 그렇게 그에 관해 늘 자랑을 늘어놓고 싶다.

스웨덴의 영화저널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인 '스티그 비에르크만'과 우디알렌과의 문답형식으로 되어있는 이 책에서 내가 우디알렌에게 첫눈에 반했던 이유를 하나씩 찾게 되었다. 직선적이면서 분석적이고, 노골적이기까지한 비에르크만의 질문법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그에 솔직담백하면서도 자기주장이 정확히 담겨져있는 쿨하고 리버럴한 우디알렌의 답변 또한 근사하다.

자연스럽게 놀라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순간순간 거론되는 릴케, 에릭사티, 구스타프 클림트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튀어나올 때나, 거듭된 사고에 의해 얻어냈다 생각하는 '내것'들이 그의 입을 통해 날려져있는 것을 볼 때면 그랬다. 더욱이, 그의 수많은 영화중에 가장 만족스럽고 좋아하는 영화가 '카이로의 붉은 장미'라 한 곳에선 정말 짜릿했다.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건 순간의 우연이 아니었던게다. 이건 운명이야^^ 내 싸랑 woody는 이미 내가 아닌 우리의 '쑨이'에게로 가 버렸지만, 그가 이세상에 존재하고 설령 나를 위해서는 아닐지라도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끊임없이 발산해주고 있음이 행복할 따름이다.

아직 보지 못한 그의 영화가 더 많기에, 연대기적인 영화순으로 나열되어있는 책을 읽고 있자니 약간의 약이 오르기도 했다. 그래도 우디를 이해하기 때문인지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언급일지라도 답답하지는 않더라. 천천히 감추어놓고 하나씩 꺼내먹으며, 내 삶의 비타민으로 삼을 요량이다. 그가 오래오래도록 살아 내 숨쉴공기를 계속 공급해주었음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행복한 며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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