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베트남사
오구라 사다오 지음, 박경희 옮김, 김종욱 감수 / 일빛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저자 역시 밝혔지만, 방대하고 장구한 베트남의 역사를 한 권 분량으로, 그것도 300페이지 내외로 정리하려는 것은 시도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국과 (그것이 명예롭던 오욕스럽던) 꽤 많은 교류를 맺어온 베트남 역사에 대한 통사가 전무한 한국 실정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전체적으로 베트남의 기원부터 베트남 공산주의 운동, 즉 베트남 전쟁까지의 기간을 정리하고 있다. 챕터들은 몇 개의 큰 테두리(역사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누어져 있고, 그 테두리 안에서 또 다시 세부적 내용들이 단편적으로 사실 관계 나열의 형식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한 편집 방법부터 시작하여 책의 내용 자체도 저자 오구라 사다오가 최대한 객관적 서술을 하기 위해 애쓴 부분이 역력히 보인다.

따라서 자칫 지루해 지기도 쉽지만, 침략 세력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져온 베트남사 자체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책을 잡고 계속 읽어 내려가게 될 듯 싶다. (특히나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는 베트남 부분에서는 감탄사가 계속하여 터져 나온다)

다만, 역시나 분량적 한계로 인하여 미미하다 싶은 부분이 많고 특히나 베트남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급속한 자본화의 길을 걷고 있는 베트남 현대사에 대한 상세 서술이 빠져 있는 것이 흠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과 한국이 수교를 맺은지 십년이 넘어가고 있다. 베트남은 풍부한 인력과 자원, 또한 미개척 시장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세계 곳곳으로 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다. 한국 역시, 그러한 시류를 등에 업고 많은 기업이 진출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2000년간 외세에 저항한 베트남 민족에게는 그 어떤 적보다 더 무서운 '천민 자본주의'에 맞서 싸워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의미있는 시점에서 <한 권으로 읽는 베트남사>는, 급변하는 베트남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돕는데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베트남 역사에 더 알고 싶은 분들께는 유인선 교수가 쓴 <새로 쓴 베트남의 역사> (이산) 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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