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본심 - 아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의 속마음
윤용인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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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남편의 본심』 - 윤용인 저 / 디자인하우스 출판

사실은 남편들도 위로받고 싶다








최근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사무실 근처의 인터파크 명동 북파크를 방문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한 권에 이천원으로 책을 대여할 수 있는데, 두 권부터 반납할 때 무료음료 이용권을 주고 있어서 차 값이라고 생각하고 사천원으로 매주 두 권씩만 책을 대여하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스릴러 소설 한 권과 더불어, 운용인 씨의 [남편의 본심]이라는 책을 빌렸다.

 

'아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의 속마음'이라는 부제목에서 풍겨지는 느낌처럼 이 책의 기획의도는 남자독자가 아닌 여성독자, 구체적으로 중년의 아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무작위로 넘겨 읽었던 몇 줄에서도 사실 그 정도는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대여했던 것은 뭐랄까 중년 남성의 넋두리 같은 투덜거림에서 묘한 공감대?!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요즘처럼 내 맘을 내가 모른다 싶을 때 이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이제 결혼을 3주 정도 남겨놓은 풋풋한 예비 신혼부부. 시기로만 보면 사실 매일 알콩달콩 재미있고 화기애애 해야만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하긴 우리 인연의 시간으로 보면 벌써 10년이 다 되었으니... 이미 왠만한 권태기를 지난 부부만큼의 정이 쌓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오래된 연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제법 많은 것 같다. 오랜 연애기간을 거쳤다는 건, 그만큼 상대방에서 서로 익숙하다는 말일 터. 서로에 관한한 그만큼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익숙함'의 반대급부로 그만큼 더 상대방을 안일하게 생각하기도 쉬운 법이다. 단순히 연애라면 그것 또한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가버렸겠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꾸리는 상황이라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도 늘 말하고 다니지만, 결혼을 하더라도 연애하는 것 같은 그런 풋풋함과 낭만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물론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면서 자연스레 발생되는 그 책임감을 모른척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부담해야 할 책임감은 온전히 받아들이되 다만 서로에 대한 설레임과 존중, 그런 것들이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처럼 가끔은 밥 잘 먹는 모습이 참 예뻐보이기도 하고, 때론 머리 감지 않고 초췌하게도 보이는 편안한 모습이 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는 바로 그런 것 말이다. 정인지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런 감정이 유지될 때,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다고, 그렇게 서로의 몫을 공유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결혼이 연애의 장점을 취하는 성숙한 과정이 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마음가짐만은 연애와 결혼은 완전히 달라야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뭐냐하면... 이 나름의 내 생각들, 고민들에 대해서 과연 여친느님께서도 함께 공감을 할지 알 수 없다는 것. 우리 사이에서 서로 간 갈등이 발생하는 유형은 거의 동일하다.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서로 힘들어도 보듬어 줄 수 있도록 자신의 그릇을 키우고 상대방에게 그 마음의 온기를 나눠주자며 거시적인 이야기만을 늘어놓는 나와, 당장 숨 막힐 정도로 사람 진을 빼놓는 결혼 준비 과정에 지쳐 일방적인 위로만을 원하는(엄밀히 말하면 상대를 위로할 여유가 없는) 여친느님 사이에서 양보할 수 없는 입장차 때문에 만들어지는 갈등. 물론 그런 여친의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니까 내 입장에서는 그걸 모른채 할 수는 없고, 결국 내 어려움과 마음의 응어리는 잠시 묻어둔 채 뜨뜨미지근한 위로를 위로랍시고 하게 된다. 당연히 여친의 입장에서는 그게 위로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 서로 찝찝한 감정으로 마무리를 짓고 그게 누적되고 나중에는 크게 터진다. 그래도 오랜 연애의 노하우랄까? 우리는 다른 커플들에 비해서는 감정표현이 직설적이고, 즉각적이며, 솔직한 편이다. 그래서 그 꽁한 감정이 쌓이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사실은 나 역시 너와 같은 작은 위로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남자라서 차마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알아주는 것', 이 인정만 있으면 사실 힘들고 어려운 것도 기꺼이 부담할 수 있다. 그게 남자다. 나 역시 그 남자고. 이 책에서 공감대를 느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남자, 남편에게도 폐경기가 있다는 전제에서 책은 그 시작을 알린다. 남편의 폐경기는 언제일까? 책 첫 장에 나오는 것처럼 빠진 머리칼이 머리빗에 잔뜩 얽히는, 탈모가 진행되면 폐경기 남편이 되버리는 걸까? 아니다. 남자의 폐경기는 그런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꽁한 자신의 본질을 더 이상 숨기기 힘들만큼 마음이 약해졌음을 인식하는 바로 그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나', 그리고 '평범한 남자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철들지 않는, 오히려 더욱 유치할 수밖에 없는 남자들,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의 시선들에 대해서도 곰곰히 살펴보게 된다. 어떤 모습에서는 그런 우리 남자들이 조금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ㅎ 그리고 이내 부모님, 특히 어머니께 선물을 이 책을 선물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우리 아부지의 등이 이제 그렇게 외롭게, 또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을 어머니도 이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말이다.

 

 

당신의 배우자를 당신만을 위한 슈퍼맨으로 만들고 싶다면 명심하자. 남자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다는 것을. 영원한 아이라는 것을. 게다가 멍청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럴수록 더더욱 우쭈쭈 해줘야만 한다.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걸 수 있는 것도, 때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기적을 행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남자니까 말이다





 남편들은 집에서도밖에서도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해요어려서부터 남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탓도 있고 감정을 표출하는 훈련을 받지 못한 이유도 있으며 사회에서 자기 약점을 노출하면 손해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죠.이런 자리에서라도 남편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면 옆에서 격려해주고 많이 공감해줘야 해요책망하고 힐난하면 입을 열려는 남자들도 더 굳게 입을 닫거든요. – p.7

 

 남자남편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 유치해지고 허세 가득한 과시욕이 늘어나는 것은인지하는 자존감보다 낮은 현실의 성적표를 보며 일종의 퇴행 현상을 겪기 때문이다이럴 때 가장 좋은 처방은 격려와 지지다아직도 모르시나남자는 관에 들어가서도 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p.17

 

 화는 스스로의 경보장치이며 방어수단이라고 하지만이 땅의 남편들은 아내와의 소소한 갈등을 겪을 때 자기 말을 다할 수가 없다그랬다가는 졸지에 쪼잔한 남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리기 때문이다. – p.19

 

 산업화와 함께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하나의 진정한 자아는 없다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안과 밖에서 서로 다른 남자의 행동은 성품이 아닌경쟁 사회가 빚어낸 우울한 초상일 수도 있다. – p.27

 

 남자가 신세타령을 할 때 여자의 대처법은 의외로 단순하다해야 할 것은 남자보다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자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그것이 쇼쇼쇼라고 해도 그 약발은 신통방통하게 잘 먹힌다. – p.61

 

 나는 세상이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아버지를 연민했으면 좋겠다. 100명의 아버지는 100개의 다른 외로움과 100개의 다른 사연을 지닌 인간임을 생각해주면 좋겠다바로 그 때 아버지들은 세상이 덧씌워준 가장이라는 갑옷을 벗어버리고 한 명의 늙은 인간으로 젊은 당신 앞에 휘청거리며 다가올 것이라고나는 생각한다. – p.75

 

 지나온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지고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늙을 것이라는 실존의 공포도 어느 날에는 침대로 기어 들어온다그 괴물이 슬쩍 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무력하게 늙다가 속절없는 무용함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진다. (중략그렇게 삶의 숙명 앞에서 홀로 떨고 있을 때아내는 나를 가볍게 포옹해주고 등을 두드려줌으로써 몇 분의 지옥에서 나를 구원해준다. – p.94

 

 박 터지게 싸우고머리 나쁜 새처럼 화해하라. – p.102

  

 결혼한 사람은 늘 자기를 돌아봐야 합니다자기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살피고항상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상대가 상처입지 않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중략마음 준비가 덜 됐다 싶으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그나마 자기 조절이 된다 싶으면 결혼은 해도 좋지만 자식은 안 낳는 게 낫습니다. - [스님의 주례사 사랑하는 사이에 더 쉽게 상처받는다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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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신랑감으로 거듭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라고 해두죠.

한번 열심히 살아보고 나중에 또 불평불만 쏟아내겠습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공감은 제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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