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wn Shyness. 나무의 꼭대기 가지들이 서로 닿지 않게 간격을 유지하며자라는 것. 이 틈을 통해 나뭇잎에 가려지는 작은 풀들도 햇빛을 볼 수 있다. 수관기피현상이라 부른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고통보다 예리하지 못하고 어딘가 얄밉기까지해서 끝까지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닥쳐온 어떤 사실이 아니라, 어떤 사실에 감응하는 우리의 피와 살이기 때문이다.
피와 살의 감정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흰 뼈 같은 사실만이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 또한 사실이 된다. 우리가 절망하고, 울고, 잠 못 이룬 밤이 있었다는 사실. 양초가 줄어드는 동안의 섬세한 빛과 어둠은 표백된다. 아침 식탁에는 말라 붙은 촛농에 기대선 토막 초만 있다. (...) 옛날은 죽어 버린 시간이다. 우리가 옛날이야기를 가슴에 묻는 이유일 것이다. 닫힌 시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피어나는 의문들도 해소할 수가 없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대로 띄어 쓴 채 놔둘 수밖에. 고통을 곁눈질할 때 이보다 편리한 방법을 모르겠다. 모른다는 것은 얼마나 조용하고 안전한 엄폐호인가. 우리는 무지의 구덩이 속에서나 겨우 소박한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다. (...) 아는 만큼 보인다고 누군가 그랬다. 많이 알면 좋은 일이 빈번히 생길 것처럼 많이 알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맞더라도 보이는 만큼 슬픔이 잦았다. 시선 두는 곳마다 슬픈 것이 눈에 띄었다. (...) 아는 만큼 보였고, 보이는 만큼 슬픈데, 슬픈 만큼 따라오는 다음이 없다. 누적된 슬픔은 나를 주저앉게 할뿐이지 지켜 주지 않았다.

옛날은 죽어 버린 시간이다. 우리가 옛날이야기를 가슴에 묻는 이유일 것이다. 닫힌 시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피어나는 의문들도 해소할 수가 없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대로 띄어 쓴 채 놔둘 수밖에. 고통을 곁눈질할 때 이보다 편리한 방법을 모르겠다. 모른다는 것은 얼마나 조용하고 안전한 엄폐호인가. 우리는 무지의 구덩이 속에서나 겨우 소박한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누군가 그랬다. 많이 알면 좋은 일이 빈번히 생길 것처럼 많이 알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맞더라도 보이는 만큼 슬픔이 잦았다. 시선 두는 곳마다 슬픈 것이 눈에 띄었다.

아는 만큼 보였고, 보이는 만큼 슬픈데, 슬픈 만큼 따라오는 다음이 없다. 누적된 슬픔은 나를 주저앉게 할뿐이지 지켜 주지 않았다.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매순간 분투한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냐면, 차라리 일정 부분 기계가 되기를 자처해야 할 정도다.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기 시작하면 남은 에너지가 거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텅텅 바닥나기 때문이다. 일하고 요리하고 청소하고 친구를 만날 여력 같은건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헐벗고 앙상한 나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헐벗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말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어떤 말로도 다 붙잡을 수 없는 마음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언제나 마음이 있다는 거 말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깊숙한 혓바닥을 닦을 때에도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 더욱 곤란한 것은 나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이 너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너에게 언제나 마음이 있다. 네가 마음이 쓸쓸하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너에게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내 마음을 뾰족하게 세울 때에도 너에게 마음이 있었다. 각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의 인간은, 분명히 다른 말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침묵의 내부에 좁은 골목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작은 화분에 담긴 커다란 식물처럼 혀가 묶이기 시작한다.

알았던 마음이 너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너에게 언제나 마음이 있다. 네가 마음이 쓸쓸하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너에게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내 마음을 뾰족하게 세울 때에도 너에게 마음이 있었다. 각자에게 마음이 있다는사실을 알아차린 이후의 인간은, 분명히 다른 말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침묵의 내부에 좁은 골목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작은 화분에 담긴 커다란 식물처럼 혀가 묶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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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갖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비탈진 능선부터 산머리까지 심겨 있는 위쪽의 나무들은 무사하다.
밀물이 그곳까지 밀고 올라갈 순 없으니까. 그 나무들 뒤의 묻힌 수백 사람의 흰 뼈들은 깨끗이 서늘하게 말라 있다. 그것들까지 바다가 휩쓸어갈순 없으니까.
밑동이 젖지도, 썩어들어가지도 않은 검은 나무들이 눈을 맞으며 거기서있다. 수십년,아니 수백년동안 내리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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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매번 숨 쉴 때마다 자신의 무의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거기서 자기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폭풍우는 짜증스럽기만 한 일일까? 어쩌면 그것은 거리를 혼자 차지할 수 있는 기회, 온몸을 빗물에 적셔볼 기회, 다시 시작할 기회일 수도 있다.

나는 온순하고 음울하며, 먼지를 뒤집어쓴 것처럼 창백한 이 남자가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은 채 미끄러지듯 슬그머니 지나다니다가, 어느새 어떤 목적의 빛으로, 공기로, 빛나는 물질로, 뭐가 되었든 아무튼 그목적으로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목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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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향수 때문에 그는 우울하고 늙어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찬란한 시절, 모든 것들이 형광색으로 그려진 것 같았던 시절은 다 사라졌다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모두가 그때는 훨씬 더 재미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나이,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직장, 돈, 아이들, 죽음을 제압할 것들, 자신의 적합성을 확실히 해줄 것들, 안락을 주고 문맥과 내용을 마련해주는 것들, 생태와 관습의 명령을 받은 전진, 그건 가장 불손한 사람마저도 거역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의 친구들이었다. 그가 정말로 알고 싶은 건 그 친구들이 언제 그렇게 관습적이 되었냐는 것이다.

20대의 어느 순간,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도 순수하고 깊은 만족감이 들어서, 모든 것이 평형을 이루고 친구들에 대한 그의 애정도 완벽한 그순간에서 누구도 움직이지 않아도 되도록 그 주위 세상이 그냥멈춰버렸으면 하는 때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 박자 후에는 모든게 움직이고, 그 순간은 고요히 사라져버린다.

그의 작품을 보면 왠지 자기가 잘못했다는, 그의 인격상의 결함으로 돌린 온갖 것들이 사실은 자신의 치졸함과 성마름의 증거라는, 제이비의 내면에는 거대한 공감과 깊이와 이해력을 가진 누군가가 숨어 있다는 확신이 들게 된다. 그날 밤 그는 그 그림들의 강렬함과 아름다움을 수월하게 알아봤고, 제이비에게 오로지 순수한 자부심과 고마움만을 느꼈다.

맬컴이 뭔가 불안해하면 제이비는 묻곤 했지만, 그는 알았다. 맬컴이 걱정하는 건 살아가는 것 자체가 걱정이기 때문이었다. 삶은 두려운 것, 알 수 없는 것이다. 맬컴의 돈도 완벽한 면역이 될 순 없다. 인생은 그에게 벌어질 테고, 나머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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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그 캠페인이 정치범을 돕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진정한 목표는 정치범의 석방이 아니라 아직도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 있다. 그가 했던 것도 구경거리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 그에게는 행동과 구경거리 사이에서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그에게는 한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구경거리를 제공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다리로 뛰어가 하늘을 향해 끔찍한 욕설을 퍼붓고는 요란한 총성 속에서 죽고 싶다는 엄청난 욕망에 사로잡혔다.
프란츠의 이러한 돌연한 욕망에 우리는 뭔가 떠오른다. 그렇다, 인간 존재의 극과 극이 거의 닿을 정도로 서로 가까워져 고상한 것과 천한 것, 천사와 파리, 신과 똥 사이에 더 이상 아무런 차이점이 없게 되는 꼴을 차마 보지 못하여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에 달려가 매달린 스탈린의 아들이 떠오르는것이다.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사랑)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어떤 결심을 하면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조차 모르면서 그 결심에는 자기 고유의 관성이 생기는 거야. 세월이 흐를수록 그것을 바꾸는 게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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