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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몸의 무거움 - 페미니즘, 서구문화, 몸
수전 보르도 지음, 박오복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의 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몸읽기 기본필수강좌 101." 이 책이 출간된지 10주년을 기념하여 저자가 2003년 서문에서 이 책을 소개한 말이다. 몸에 대한 "인식 페다고지"라고.
여성들의 불량한 먹기는 20세기 후반 문화적 불만의 중층결정적 결정판
여성들의 불량시련 먹기(eating disorder식습장애)야말로 우리 시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정판이라는 게 보르도의 핵심 논의 중 하나이다. 거식증 환자의 80%가 여성인데, 우선 거식증을 개인적으로 병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보르도는 이미지들의 제국, 소비문화 사회에서 (여성)자아가 구성되는 방식을 재미나게 드러낸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자기통제윤리를 요구하는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적 긴장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경험하고 자아를 구성한다.
얼짱, 몸짱이 될라고 왼갖 난리를 떠는 여성들은 이런 소비자본주의에 쉽사리 넘어가는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이런 개같은 세상에서 무엇이 성공으로 연결되는 길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이것은 거식증만이 아니라 바디빌딩도 마찬가지인데, "우리시대 몸-페티시는 점점 더 관리불가능해지는 문화에서 자기-지배관리라는 환상"을 나타낸다. 얼짱, 몸짱이란 우리 시대 몸에 대한 강박이 철저하게 젠더권력 관계를 따르고 있으며, 이런 것으로써 날씬한 몸이란 탈중심화된 우리 시대 권력이 순응적인 신체들을 맹글어내고 정상화하는 기제들 중 하나라는 게 보르도의 논의.
재생산권: 생명이나 선택이냐는 여성의 인간성성취에 대한 공격
법과 의료테크놀러지가 만나는 지점.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세계가 의식적 주체들과 단순한 몸뚱아리로 쪼개어지는 역사깊은 현상을 목도한다. 무엇보다, 여성의 임신을 둘러싸고 여성은 온데간데 사라져줘야 허는 소멸점이 된다. 임신한 여성은 "태아의 인큐베이터"이자 그것의 "감옥"이라는 널리퍼진, 그러나 보수적인 견해를 따져 보자면, 법적인 온전한 권리를 지니고 있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아직 햇빛을 받아보지도 못한 태아!다. 재생산권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논쟁은 임신한 여성의 주체권을 박탈하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적 통일성과 도덕적 자율성을 다시 챙겨오고, 임신을 단순한 '태아배달'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심오하고도 경험적인 사건으로서 보는 관점이 필요할 것이다.
포스트모던한 몸들: 초월하려고 지랄 좀 떨지 마라.
포스트모던한, "쿨"한 시대에 객관성, 중립성, 보편성은 (최소한 이론적으로) 불신받는 개념들이 되었다. 이런 개념들의 젠더편향성과, 모든 지식의 근본적인 편파성을 밝히는데 아마도 페미니즘의 공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객관성이니 중립성, 보편성을 대신해서 들어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프로정신'이다. 이 '프로정신'은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 진입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20세기 후반, 21세기 초 우리 시대 판본의 젠더 훈육 코드이다. 결국,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여성에게 부과되었던 가치들을 "초월"하여 남성들만큼/보다 더 잘해보라는 그럴 듯하지만 순 착취논리.
자신이 연루된 곳에서, 초월하려고 지랄하지 말고 꽃피어라(Bloom rather than transc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