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 우머니스트 산문
앨리스 워커 지음, 구은숙 옮김 / 이프(if)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앨리스 워커는 '여성주의'(womanism)를 주창한다. 워커가 말하는 '여성주의'는 책임성을 그 핵심으로 한다. '여성'(woman)이란 '지멋대로 굴고 무책임하며 공상에나 빠져 사는' 소녀가 아니라 "충실하고 신실하며 책임성있고 감행하며...." 등 책임성과 공동의 윤리를 그 핵심으로 한다.

무엇보다 페미니즘의 성정치학에 인종, 계급의 차원을 절합하려는 워커의 작업을 보여주는 탁월한 책. 미국 1960년 흑인 인권 운동과 1970년대 다양한 사회운동의 맥락에서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미국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개입실천이기도 한 책.

이 책의 핵심글이라 할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 장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 나오는 "여성전통"에 필리스 휫틀리와 같은 흑인 여성들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흑인 여성들의 예술적 전통과 창조성의 근원을 '다시' 본다. 흑인 여성들의 경우 문학적, 예술적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재능은 흑인노예살이와 인종억압 때문에 "제도적으로" 꽃피지 못했으며, 이런 억압속에서 이들의 재능은 퀼트와 정원가꾸기등을 통해서 표현되었다는 것. 다시 말해, 워커가 말하는 "어머니의 정원"은 흑인 여성들의 (예술적) 창조성의 전통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자, 후대 흑인여성들에게 영감과 지지의 샘을 표상하는 공간.

이 글과 연결하여,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의 저자인 조라 닐 허스톤을 흑인여성문학 전통의 '대모'로 다시 읽어내는 다른 글 또한 볼만한 대목. 허스톤에 대한 글은 원래 1976년 <미즈>지에 실었던 것이기도 한데, 할렘 르네상스시절서부터 1940년대까지 가장 탁월한 흑인(여성)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리차드 라잇이나 랄프 엘리슨 등의 흑인 남성작가들만이 조명을 받는 동안 까맣게 잊혀졌던 작가인 허스톤은 워커의 이 글때문에 70년대 후반, 80년대에 '다시 발견'되고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되기에 이른다.

이 책을 관통하는 워커의 '여성주의'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되, 그것을 피해의식에 기반해서 하는 류의 인종차별주의 및 피해자주의성 흑인중심주의를 넘어서려는 절실한 시도이기도 하다. 

"백인이 나를 억압한다고 내가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작태가 정당화되거나 구실이 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그 다른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동물이든 나무든 간에 말이다.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자아는 그 누구에게 소유되기를 거부한다."

고 1970년에 다른 책에서 말한 바 있듯, "노예"된 입장에서 인종억압을 족쳐바야 또 다른 노예들을 양산할 뿐이라는 인식과 정치적 경험에 기초하여 "주인'으로서 스스로를 "중심"에 세우고 자기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향해가야 한다. 이것이 이 책내내에서 워커가 말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읽자면, 좀 '오래'된 시기인 1960년대와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책이라, 독자에 따라서는 다소 재미없을 수도 있을 듯. 하여, 역사적 맥락을 꼭 염두에 두고 즐독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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