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레슬리 마몬 실코 지음, 강자모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레슬리 마몬 실코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토착미국인(Native American) 진영이 지닌 공적 문화적 자산에 속할 이 작가는 이야기하기(storytelling)를 통해서 미국사를 다시 쓰고, 토착미국인과 흑인 억압으로 점철된 배인중심적 미국사를 토착미국인들 사이에 전승되어 온 신화의 일부로 만들어 버린다. 실코의 일련의 소설들은 1) 토착미국인 대 압제자 백인 문명의 정치적 대립과 억압속에서, 토착미국인 공동체 내부에 은근스레 자리한 피해의식, 니체라면 "노예도덕"의 만연을 지적한다. 2) 그리하여 이러한 "노예도덕"을 극복할 방안을 집단적으로 추구하도록 다그친다. 3) 이를 위해 백인중심적 미국사회의 억압성에 맞장을 뜨는 아주 매혹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너무나 서글퍼서 아름다운 소설인 <의식>을 재미나게 읽으려면 먼저 약간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1960년대 미국은 사회변혁을 꿈꾸며 일어난 여러 사회운동들로 인한 격동의 세월이자 베트남 전쟁의 시절이었고, 인권운동의 열기에 힘입어 토착미국인들도 1970년대 들어 자신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시작했다.

이 소설은 이와같은 토착미국인 인권운동의 한가운데에서, "의식"을 통해서 치유되기를 바라는, 토착미국인 개인들의 "상처"는 백인문명만을 탓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 77년에 출판된 이 소설은 70년대 토착미국인들의 인권 운동이 한창일 무렵, 백인들을 향해서라기 보다는 토착미국인 공동체를 향해서 자기성찰과 책임성을 촉구한 소설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백인을 향해서도 더큰 공명을 내고, 겉으로는 부드럽고 감동적이지만 실상은 매우 날카로운 비판을 가할 수 있던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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