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예찬 - 정원으로의 여행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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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봄이 왔다. 믿을 수 없다. 겨울 한복판에 봄은 내게는 시간 저편, 가능성 저편에 있었다. 봄은 먼 미래로 물러나 있었다. 겨울정원에서 일하는 동안 내게 봄은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겨울이 꽃피지 않는 계절이라면 올해 내겐겨울이 없었다. 내 정원에는 언제나, 심지어 얼음서리 한가운데서도 꽃 한 송이, 피어나는 생명 하나라도 있었다. 내겨울정원은 겨울을 봄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진짜 봄은 다른 봄, 두 번째의 늦은 봄, 늦깎이였다.
2016년 3월 28일이 처음으로 따스한 봄날이었다. 이날-나는 잠을 별로 자지 않았는데-사방에서 솟아나오는 순들을 보고 거의 어지럼증을 느꼈다. 내게 자신을 맡긴식물들에게서 진짜 열광이 느껴졌다. 동시에 그 열광은 수줍은 망설임과 뒤섞였다. 나는 새롭게 깨어난 생명에 약간몽롱하게 도취되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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