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

“왜, 아가야?”

“언젠가는 나도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돼요?”

맥은 미시의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딸기 아빠 카페의 서평 이벤트였다. 하지만 난 이 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요즘 이 불경기에 어떻게 재테크를 해서 더 많은 돈을 모을까? 내 직장을 어떻게 유지할까? 우리 가정을 어떻게 꾸려 나갈까? 이것이 내가 가진 생각들이었다. 그런데 서평이벤트를 담당하는 분한테서 쪽지가 왔다. 내가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난 늘 이분한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책에는 관심도 없던 내게 책을 읽게 해 주었고, 돈 외에는 관심이 없던 내게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어서... 그래서 서평이벤트에 신청했고, 당연히 그분은 내게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이 책이 마음을 치유하는 책이라는 것만 알고 책 내용은 하나도 몰랐다.

처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몇 년 동안 읽어보지 못한 서정적 책이구나 싶었다. 지난 몇 년간 내 마음을 풍요하게 해 줄 수 있는 책은 읽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나는 많은 양의 휴지가 필요했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빨간 눈과 빨간 코를 보여야만 했다.




 앞의 글은 이 책 주인공과 6살짜리 딸의 대화다. 부족을 구하기 위해 죽은 인디언 공주의 이야기를 들은 미시가 아빠에게 물은 말이다. 난 이 말이 늘 내가 가졌던 의문이기에 이 말을 읽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난 크리스챤이었다. 이렇게 과거로 말하는 것은 지금은 크리스챤이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례도 받았고, 침례도 받았고, 지금은 남편의 권유로 성당에서 예비신자 모임을 하고 있다. 하나님 보시기에 나는 “이단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난 늘 미시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폭포에서 내가 뛰어내려야만 할 것 같은...그리고 하나님은 이단아 같은 나를 벌주실n>

  미시의 이 질문에 맥은 깜짝 놀라면서 아이를 끌어안으며 아니라고 대답해 준다. 이것이 지금 하나님의 대답인 것 같다.




 처음 오두막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맥이 봤을 때, 왜 그가 그렇게 분노하는지 몰랐다. 난 처음에는 파파가 맥이 집을 뛰쳐나오게 된 원인인 친아버지를 얘기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미시의 실종사건과 죽음이 그려지면서 맥과 마찬가지로 살인범이 그를 유인하는 글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19개월짜리 아기의 엄마다. 내게 내 목숨보다 더 귀한 아기가 있기에, 미시의 납치와 죽음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 상상하기조차 무서운 일이다. 미시가 죽었던 그 오두막에서 만나자는 파파의 말은 맥 속에 숨어있던 공포와 분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예전에 내가 고 3때 추석날 우리 가족은 성묘를 갔다. 나는 고3이라는 이유로 가지 않았는데, 밤이 되어도 식구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교통사고라도 난 것 아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가족이 탄 차가 크게 교통사고가 났다고... 그리고 엄마와 동생이 중태라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내 책임인 것만 같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하나님은 왜 내게,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그때 나는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내게 뭘 바라시는지...




 맥처럼 나도 내게 드리워진 죄책감을 하나님께로 돌리고 싶었다. 그런 맥에게 하나님은 찾아오셔서 3위일체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맥에게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시는지를 몸소 보여주신다. 맥은 하나님의 사랑을 일박이일동안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된다.




 뚱뚱한 흑인여성의 하나님, 못생긴 유대인 예수님, 그리고 아시안인 성령님. 그동안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졌던 하나님의 모습과는 천지차이인 모습으로 이 책에서는 그려졌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각대로 하나님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우리의 생각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셨다.




 맥은 일박이일동안 3위일체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마음을 열였다. 그리고 하나님께 물었다. 꼭 이런 시련을 통해서만이 나를 찾을 수 있었냐면서...

하나님을 떠나 방황하는 동안 늘 내가 가진 의문이다. 하나님께서 내 사랑하는 가족을, 내의 물질을, 나의 모든 것을 잃게 해서 내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지 않을까?

이런 맥의 질문에 하나님께서는 슬퍼하신다. 아직까지 하나님께 마음이 열지 못했다고... 그리고 말씀하신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개입하지 않고, 또한 항상 내 곁에, 우리 곁에 계셔서 우리를 지키고 계신다고...




 나는 미시가 맥을 안아주는 장면에서 뜨거운 눈물이 났다.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딸을 본 맥, 그 딸이 아빠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그의 마음의 모든 응어리들이 다 녹았다. 그의 모든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던 죄책감... 눈 녹듯이 사라졌다. 과연 그 마음의 아픔을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더 많은 것을 맥에게 요구하신다. 그를 용서하라고... 어떻게? 어떻게? 이 물음이 맥의 물음이다. 다시금 솟구치는 맥의 분노, 나의 분노, 6살짜리 어린 딸이 피를 흘리며 죽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이 악마같은 자의 손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그 시신 또한 찾지 못했는데, 그를 용서하라신다. 어떻게?

하나님은 이런 우리를 용서해주셨다. 하나님안에서 창조되었으나, 제길로 가고 자신의 아들또한 죽인 우리를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통해서 모든 것을 용서해 주셨다.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맥도 용서하기를 바라신다.




 맥은 용서하겠다고 한다. 눈물을 흘리며 용서하겠다고... 하루에 백번하다가 보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도해주신다. 미시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내가 더 마음이 아팠다. 난 미시의 시신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어디선가 미시가 살아있는 것으로 결말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어느 동굴 속에 있는 미시의 시신을 찾는 것이였다.

그는 오두막에서 깨어났다.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지만,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하고, 그의 가정의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시 회복된다. 그리고 미시의 시신을 찾고 범인도 잡게 된다.




 오두막. 너무도 두렵고, 분노로 가득 찬 오두막에서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세상을 보여주시면서 맥의 영혼을 치유해 나가신다. 맥이 가진 아픔은 곧 내가 가진 아픔이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아픔이다. 그 아픔의 시작인 오두막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해 주신다.




 누구나 가지는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 그리고 크리스찬이 가지는 의문들... 이 모든 의문들에 관해서 하나님의 맥과의 대화를 통해서 해답을 주시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움직였던 말들이다.




“망가진 인간들은 겉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런 것에선 만족도 자유도 얻을 수 없어요. 그들은 권력이나 권력이 제공하는 안정의 환각에 중독되어 있어요. 어떤 재난이 발생하면, 자신들이 신뢰하던 힘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죠. 그들은 실망한 나머지 내게 마음을 열거나 아니면 대담하게 나에게서 독립하겠죠. 이 모든 것이 어떤 식으로 끝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한 인간의 의지를 거스르지 않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그것을 당신이 볼 수만 있다면 이해할 거예요. 언젠가는 그러겠죠.”




“매켄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요. 당신은 작고 불완전한 실제의 그림에 기초해서 당신이 사는 이 세계를 이해하려 하고 있어요. 상처와 고통, 자기중심, 권력으로 이루어진 작은 옹이구멍을 통해 퍼레이드를 엿보면서 자신은 혼자이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죠.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강력한 거짓말이 숨어 있어요. 당신은 고통과 죽음을 궁극적인 악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리고 나를 궁극적인 배신자, 기껏해야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내 행동을 심판하고 나를 단죄하고 있어요.

당신 인생의 근본적 결함은 나를 선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에요. 수단과 결과, 개인적인 삶의 모든 과정이 나의 선함에 덮여 있다는 것과 내가 선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내가 하는 일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겠죠. 당신은 그러질 못해요.”




“당신은 고통을 이용해서 강제로 사람들을 돌아오게 만드나요?”

진정한 사랑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용서할 때마다 이 지구는 변해요. 당신이 팔을 뻗어서 누군가의 마음이나 삶을 어루만질 때마다 이 세계는 변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