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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학교 이야기 - 대한민국 엄마들의 삶을 바꾼 엄마학교 실천편
서형숙.엄마학교 엄마들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너무 집중해서 읽어서 시험공부하고 난 뒤의 머리의 무거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나는 이 책을 손에 들고 밥먹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면 단숨에 읽었다.
요즘 23개월된 우리 아기를 키우면서 가끔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슈퍼우먼인 직장맘이다.
예전에는 직장맘을 왜 슈퍼우먼이라고 부르는지 몰랐다. 그러나 요즘은 내 스스로 나를 슈퍼우먼이라고 자칭한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하루도 없다. 일요일에 청소하고 잠깐
아기가 좀 더 어렸을때에는 늘 우리 아기한테 미안해서 퇴근하자마자 숨도 안쉬고 집에 달려갔다.
우리 아기는 아주 잘 크고 있었다. 친정 부모님이 키우는데, 온갖 정성과 애저으로 키우셔서 굳이 엄마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늘 마음에 엄마가 못 놀아주는데 싶어서 늘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했고, 직장일이 늦어지면 짜증이 났다.
늘 내 마음에는 우리 아기에 대한 조바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거의 700일 정도 하니까 지쳐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아기도 나름 고집을 세워가고 이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제지하는 엄마와 가끔은 충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집에 가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사람은 바로 아기다. 그래서 더욱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기인데도 요즘은 퇴근을 빨리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집에 가면 나의 시간은 하나도 없기에 이제는 좀더 직장에 있으면서 나의 일을 마무리하고 갈려고 한다.
집에 퇴근해서도 친정엄마가 저녁까지 준비해 놓고 기다리셔서 같이 준비해서 먹고 같이 정리한다. 그래서 내 일이 정말 많이 줄어있는 상태다. 그리고 예전에는 남편이 별로 도와주지 않았는데, 아기가 커 갈수록 아기보는 일을 많이 해주고 많이 놀아주어서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상태다. 그런데도 나는 이제 집에서 나의 책을 읽고 싶어하고 나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참, 이기적인 엄마다. 주말에는 나도 쇼핑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싶어한다. 일주일내내 엄마랑 같이 있기를 기다린 우리 아기를 또 친정부모님께 맡기고 나간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기한테 최선을 다하고 또한 나름 훌륭한 엄마라고 생각했었다.
우리 아기가 첫 아기인데도 책 읽는 것을 즐기지 못해서 육아서 한번 읽어본 적이 없다.
정말 답답하면 인터넷 육아카페에서 엄마들한테 물어본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한다.
이런 엄마 밑에서 우리 아기가 그동안 너무도 잘 자라준것 같아서 새삼 눈물이 난다.
나도 엄마학교이야기의 다른 엄마들과 똑같이 살았다.
특히 직장맘이여서 아기가 다른 아이들보다 쳐질까봐 비싼 책을 사고 선생님을 부르고 좋다는 영어책을 샀다.
내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을 가지고 아기를 키울려고 했지만,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불안해지는 내 마음을 달래보려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주말에는 문화센터에 갔다. 그리고 다른 아기처럼 잘 따라 하지 않고 딴 짓을 하면 속상해하고 아기를 탓했다.
아기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했지만, 나는 혹시 놀다가 다칠까봐 염려되어서 놀이터를 가기보다는 백화점을 끌고 다녔다.
밥그릇을 쏟고 던지는 아들에게 셋까지 기회를 주겠다고 경고하고 셋을 넘어서자 방에 문을 잠그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라고 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버티다가 부모님의 만류로 그만두었다.
나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건강하지 못해서 병원에 있거나 선천적 기형으로 힘들어하는 아기들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
그래서 우리 아기를 가졌을때는 건강하고 제발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만 태어나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멀쩡하게 태어난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아기가 못먹어서 입원했을때는 무조건 건강하게만 커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나는 망각의 동물이다.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아기를 비교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23개월밖에 안된 아기가 다른 아이들보다 쳐질까봐 전전긍긍한다.
나는 주변에 있는 효부, 현모양처, 아기를 사랑으로 돌보는 엄마들은 본받을 생각을 안 하면서 아기를 데리고 열심히 교육하는 엄마들은 열심히 본받으려고 한다.
엄마학교의 나와 똑같은 엄마들이 이제 나에게 사람되라고 주문한다.
아기를 나름대로가 아니라 너름대로 대하고, 다정다감한 엄마가 되기를 주문한다.
선행학습이 아니라 적기학습을 시키라고 주문한다.
내가 과연 이 책을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 여유없던 시절에는 아마 받아들일 자세가 안 되어서 읽고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이제 나 또한 새롭게 변화를 꿈꾼다. 다정다감하며, 나름대로가 아니라 너름대로로 우리 아기를 대하는, 그리고 남편을 사랑하는 엄마이자, 아내로 다가갈 것을 결심한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의 서문을 보면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위한 방법이 적혀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없었다.
단지, 엄마학교를 통해서 변화된 엄마의 모습들과 가정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러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엄마들의 다짐뿐이였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엄마학교의 다른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언젠가 시간을 내서 엄마학교 수업을 꼭 들으러 가보자는 결심을 하면서 이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