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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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 선생님의 신작 <할매>는 한 그루의 오래된 팽나무를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시간이 어떻게 겹치고 어긋나는지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할매 팽나무의 느린 호흡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위태롭게 흔들리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기쁨과 상처, 시대의 무게까지 고요하게 품어내는 존재로 느껴졌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지만, 팽나무가 지켜본 인간의 역사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이야기임에도 본질적으로는 맞닿아 있었다.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되던 시대와, 동학농민군이 외세와 결탁해 조선 정부에 의해 궤멸되던 순간, 그리고 새만금 갯벌이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평범한 삶을 파괴하는 것이 권력에 의해 반복되는 폭력으로 와 닿았다. 특히 새만금 개발로 인해 갯벌의 생명력이 소멸하고 어촌민이 삶의 터전을 잃어 도시 빈민으로 내몰린 모습은 과거의 박해와 진압의 서사가 확장된 비극이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초반부에서 개똥지빠귀의 죽음이 팽나무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몽각스님이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가던 모습은 죽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로 읽혀졌다. 내가 딛고 선 땅과 그 위에서 이어져 온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창비#황석영#창비 서평단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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