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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데미안 (블랙 스카이버(가죽) 금장 에디션) - 191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더스토리 2022, 초판 4쇄.
우리나라 5060 세대들이 청소년 또는 사춘기 시절에 가장 애독한 소설이라면 『데미안』, 『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이 아닐까 싶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평균적으로 대학 시절에 읽더라.
“열 살 때 고향에서 라틴어 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소설 『데미안』의 첫 문장은 이렇다.
당시 ‘라틴어 학교’는 요즘 우리나라 ‘대원외고’쯤 되겠다.
나는 경주∙삼척∙노은과 충주, 대전∙분당, 광주와 성남∙인천을 거쳐서 10살 때 부산으로 내려와 친척 집에 6개월마다 옮겨 사는 더부살이로 정착하면서 신산한 사람살이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예배당 건물을 올린 개척교회 부산 수정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부터 개신교와 만난 이후 쭉 고딩 때까지 다닌다.
말하자면, 소설 『데미안』이 뜻하는 희미하나마 '밝은 세계'와 도시 빈민들이 사는 '어둠의 세계'를 동시에 살았다.
그런 까닭으로, 내 생애 최고의 소설을 딱 한 권만 꼽으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데미안』을 내밀 테다. 유년기에 읽었던 『어린이 세계명작 전집』이 나무의 뿌리가 빗물을 머금는 것에 비유한다면, 『데미안』은 봄날 꽃이 피거나 싹이 돋던 시절이었으니까.
이 소설에 대해서 돌이켜보면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존재의 근원, 삶의 뿌리가 무엇인지 따질 힘을 몸에 배도록 가르쳤다.
이렇게 출발한 이런 주제의 소설은 훗날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을 거쳐서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와 『七祖語論칠조어론』 으로 끝난다. (단테의 『신곡』은 아직 미정이다)
중학시절, 소설 『데미안』 속의 어린 내 벗들…… 에밀 싱클레어, 막스 데미안, 프란츠 크로머, 너희들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본다.
사실, 헤세의 3부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보다 책의 소장 욕구가 앞서기는 태어나 처음이다. 워낙 호화롭게 특별판으로 출간한 『데미안』의 검정과 빨강 2권은 가죽표지이고, 『수레바퀴 아래서』와 『싯다르타』는 벨벳표지다. '사철 제본'이다. 책값도 아주 착하다.